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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돈 잘 버는 좋은 기업

문수정 산업부 차장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일까. 기업 관계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돈 잘 버는 기업”이라고들 한다. 맞다. 성장을 위한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에는 돈이 많이 든다. 구성원 연봉을 올리고, 업무 인프라를 확충하고, 양질의 복지를 구축하고,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도 다 돈이다. 기업이 돈을 제대로 쓰려면 역시 돈을 잘 벌어야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돈 잘 버는 기업 다섯 곳을 떠올려 보자. 빨리빨리, 10초 안에. 그렇게 꼽은 다섯 곳이 좋은 기업인지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다시 생각해 보자. ‘돈을 잘 버는 기업이 좋은 기업’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심증으로 충만해질 수 있다. 차근차근 따지고 들어가도 그렇다. 많은 기업들이 돈은 잘 벌지 몰라도 좋은 기업은 아니라는 증거가 숱하게 널려 있다.

‘돈을 잘 번다고 좋은 기업은 아니다’는 것쯤은 꼼꼼한 취재나 깊은 고찰 없이도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소비자의 건강을 해치거나, 노동자를 착취하거나, 환경을 망치거나, 동물을 학대하거나, 창업자가 횡령·배임·탈세 등을 저질렀거나, 하청업체에 갑질을 해왔거나, 남의 아이디어를 훔쳤거나, 반인륜 단체를 후원하거나 등등. ‘좋은 기업이 아니군’ 할 만한 요건을 갖춘, 돈 잘 버는 기업이 적잖다.

‘좋은 기업이 아니라고 해서 나쁜 기업으로 볼 수도 없다’는 반론이 등장할 수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흠 없는 사람이 없듯, 결함 없는 기업도 거의 없으니까. 정도의 차이에 따라 좋은 기업이냐 아니냐가 갈릴 듯하다. ‘좋다 나쁘다는 판단 따위 필요 없다’는 반박도 가능하다. 편 가르기 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견해다. 시장은 선악의 논리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조언도 뒤따른다. 돈을 잘 버는 게 최고의 미덕이라고 보는 경우다.

하지만 ‘좋은 기업’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다. 소비자로서, 노동자로서, 주주로서, 투자자로서, 어느 것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그저 동시대인으로서 말이다. 기업의 행태는 개인의 삶에까지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나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처럼 기업의 비윤리가 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들을 떠올려 보면 금세 와 닿을 것이다.

쿠팡이 ‘돈 잘 벌고 성장할 기업’으로 인정받으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했다. 쿠팡을 향한 여러 시선과 유통업계 안팎의 후속 움직임에는 희망과 기대와 찬사, 부러움과 질시와 경계심, 불신과 부정적인 전망이 뒤섞여 있다. 누구의 감각과 판단이 옳은지 지금 단언하기는 힘들다. 다만 그런 생각은 해봄 직하다. ‘쿠팡은 좋은 기업인가.’

쿠팡은 많은 것을 바꿨다. 유통업계 중간 마진을 없앴고, 공산품의 가격 상승을 억제했다. 쿠팡을 포함한 이커머스 기업들의 약진은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 운영은 새로운 자극이 됐고,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로 작동했다. 일자리가 늘었고 물류 인프라도 구석구석으로 뻗어 나갔다. 돈도 많이 벌었다. 이 모든 게 쿠팡의 미 증시 상장에 밑거름이 됐다.

동시에 쿠팡은 옛 기업의 그릇된 행태도 답습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쿠팡의 성공을 응원하면서도 쿠팡이 좋은 기업이냐는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이유다. 입점 업체에 대한 갑질, 물류·배송 노동자에 대한 착취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것을 ‘호사다마’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소비자를 널리 이롭게 하겠다는 걸 기업 가치로 내세운 쿠팡은 사회적 책임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성장 가능성은 그렇게 담보될 것이다.

문수정 산업부 차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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