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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떼떼

김의구 논설위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지난 16일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훈련 규모가 대폭 축소된 사실을 우리 정부가 강조한 데 대해 “판별 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라고 공격했다. “미친개를 순한 양으로 보아달라는 것과 다름없는 궤변”이라는 악평도 덧붙였다.

떼떼는 말 더듬는 이를 일컫는 말이다. 남쪽에서는 거의 잊히다시피 한 단어다. 여름철 시골에서 떼떼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방아깨비 수컷을 지칭하는 떼떼메뚜기란 용어도 요즘 잘 쓰지 않는다. 장애의 특성을 원색적으로 표현하는 의성어나 의태어는 공식석상에서 금기어다. 적대적 논평이라고 해도 이런 표현을 쓰면 차별적 의식을 가진 것으로 비판받는다.

북한의 성명은 판소리나 마당극의 질펀한 대사를 연상시키는 표현법으로 화제가 된다. 김 부부장은 지난 1월 우리 군이 북한 열병식 동향 파악에 나선 것을 두고 “둘째로 가라면 섭섭해할 특등머저리들”이라고 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019년 우리 8·15 경축사를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난해 공분을 샀다.

표현법만 문제가 아니다. 자기중심적이고 상식 파괴적인 논리를 진실처럼 주장하는 데는 고개가 저절로 가로저어진다. 이번 성명에서도 “남조선 당국이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봄날은 남한에만 오는 게 아니다. 북한도 온기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도 매번 남한의 간곡한 요청에 마치 하사하듯 프레임을 짠다. 한·미 훈련을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몰아댔지만, 오히려 동족상잔을 일으킨 건 북한이었다. 한·미 훈련은 전쟁 직후 맺은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방어 성격이다.

대화나 협상을 하려면 자기중심주의에서 한걸음 물러나 상대를 헤아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 2+2회담이 18일 마무리되고 굳건한 동맹을 재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엔 북한이 어떤 논리와 화법을 들고나올지 주목된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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