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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북한 비핵화 對 한반도 비핵화

박원곤(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


정말 이 논쟁은 그만하고 싶다. 이미 명확한 사실 확인이 끝났음에도 되풀이된다. 한·미가 11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한 2+2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비핵화를 북한 비핵화 혹은 한반도 비핵화 중 어떻게 규정하는 것이 맞을지에 관한 질문에 한국 고위 당국자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올바르다”라고 밝혔다.

이 논란은 2018년 6월 12일 북·미 싱가포르 합의 3항에 “한반도 비핵화(조선반도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으로 확약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한국과 미국 정부는 한국에 핵무기가 없으므로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 비핵화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주창해 온 조선반도 비핵화의 정의는 매우 다름을 지적했다.

역설적으로 이 논란은 북한이 나서서 정리했다. 2018년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6·12 조·미 공동성명에는 분명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명시돼 있지 ‘북 비핵화’라는 문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미국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어물쩍 간판을 바꿔놓음으로써 세인의 시각에 착각을 일으켰다”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의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가 아님을 명확히 한 것이다. 북한의 발표는 2016년 7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으로 나온 조선반도 비핵화 5대 조건도 소환했다. 논리적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는 마지막 조건인 ‘5. 남조선에서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 철수를 선포하라’와 연계됐음을 알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잘 이해한다. 이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쿼드 정상회의 성명과 미·일 2+2 회의 공동발표문에서 미국의 목표가 “유엔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미 2+2 회의 공동성명은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라는 위협 인식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라는 수단만 언급하고 끝났다.

바이든 행정부는 싱가포르 회담과 공동성명을 불편해한다. 비핵화의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것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인화·중앙화’한 대외정책의 대표적 예이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종류의 회담은 의미 없는 합의에 서명하고 승리를 선포하면서 사진 찍고 나오면 된다”고 발언했다는 증언도 들린다. ‘외교 복원’을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례다. 더불어 싱가포르 선언을 수용한다면 1. 북·미 관계 개선, 2. 한반도 평화체제, 3. 한반도 비핵화 순으로 쓰인 순서를 따라야 한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직후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를 요구하자 “강도적인 것”이라면서 앞의 두 사항에 대한 진전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2년 2·29 북·미 합의와 폐기를 경험하고, 2016년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의 포괄적 제재를 끌어낸 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이러한 북한의 해석과 의도를 모를 리 없다.

앞날이 걱정이다. 2+2 협의 중 한국과 미국이 끊임없이 대북 정책을 ‘조율 중’이라고 말한 것이 오히려 그만큼 양국의 입장 차가 크다는 것으로 들린다. 한국은 최우선으로 미국과 비핵화 정의 및 최종 목표를 분명히 합의하고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을 공유하며, 북한 도발 가능성과 이에 대한 대비책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박원곤(이화여대 교수·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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