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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심석희의 부활

손병호 논설위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올해 처음 열린 국내 대회에서 2관왕에 올랐다. 심 선수는 지난 19일 제36회 회장배 쇼트트랙대회 1000m 결승에서 우승했다. 전날 1500m에 이어 금메달 2개를 딴 것이다. 심 선수는 2019년 1월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며 ‘미투’ 대열에 동참했었다. 이후 마음을 추슬러 지난해 11월 전국 대회에 참가했지만 1000m 2위, 1500m 4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잘한 것이지만 쇼트트랙 간판 스타로선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심 선수가 성폭행이라는 큰 어려움을 겪고도 정상의 자리에 다시 올랐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그동안 성폭행·성추행 피해자들은 자신은 잘못한 게 없는데도 피해 사실 공개 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했다. 최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도 여전히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다면서 특히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공무원인데 아직 일할 만큼 마음이 안정되지 못했고, 더 큰 문제는 사실을 왜곡하는 이들로 인해 복직 자체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의미일 테다. 박 전 시장 피해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한 2차 가해나 주변의 비뚤어진 시선, 조직 내 왕따 등으로 비슷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3년 전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서지현 검사는 지난 1월 “정치권과 언론은 여전히 나를 ‘정신병자’ ‘미친 X’로 알고 ‘정치하려고 한 일’이라거나 ‘인사 잘 받으려고 한 일’로 치부한다”며 “제발 피해자들을 그만 좀 괴롭히라”고 밝힌 바 있다.

심 선수는 2관왕 뒤 “그간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태극마크가 간절하고 그립다. 욕심이 난다”고 했다.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전은 다음 달 말 열린다. 분명한 건 심 선수가 혹시라도 대표가 되지 못하더라도, 컨디션을 온전히 회복해 대표 자리를 다시 다투게 된 사실 자체만으로도 많은 성폭행·성추행 피해자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이란 점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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