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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의 지금 미국은] ‘골리앗’ 쿠오모에 맞선 한국계 론 김 의원… 쿠오모 침몰시킬까

밑바닥 활동가 출신 떴다

미국 뉴욕주 하원의원 론 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시 워싱턴스퀘어 공원에서 열린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사퇴 요구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선의 미국 뉴욕주 하원의원인 론 김(42)은 주(州) 하원에서 고령화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상임위원장이다. 2017년엔 뉴욕주 하원 다수당 부의장을 지냈다. 그는 옳은 소리 잘하기로 이름이 나 있다. 제도권 내 정치인이라기보다 커뮤니티 활동가에 가깝다. 그래서 민주당 소속이지만 당내 기득권 주류와는 일찌감치 거리가 멀다. 그의 지역구는 아시안 밀집 지역인 뉴욕시 퀸스의 플러싱이다. 물론 그의 선출직 진출은 한인들의 정치 참여 결실이다. 그의 지역은 진보 진영의 아이콘인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의 지역구와 겹친다. 지난해 대선에선 AOC와 같이 버니 샌더스 후보의 캠페인을 이끌었다. 샌더스가 뉴욕시를 찾아오면 그 옆에 늘 론 김이 있다. 연방 하원에서 AOC가 스타라면 뉴욕주 하원에선 론 김이 그렇다.

론 김의 정치 목표는 고단한 이민자들의 일상을 실시간 대변하는 것이다. 미국 내 가장 많은 종류의 인종 집단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지역구를 담당한 의원답다. 고령화위원장이기도 하지만 그의 더 큰 관심사는 영세한 이민 자영업자들의 권익 보호다. 수년 전 뉴욕 한인들이 창안해낸 ‘네일 업’이 위생법과 노동법 규제로 위기에 몰렸을 때 주의회에서 육탄으로 막아낸 투지의 정치인이다. 길거리에서 흉기 든 강도를 손으로 때려눕히고 경찰을 부르는 장면이 전국적 뉴스가 되기도 했다.

2012년 연방 하원으로 진출한 그레이스 멩의 후임으로 뉴욕주 하원의원이 됐다. 뉴욕에서 한인 최초로 선출직에 오른 케이스다. 그는 주류 사회에 진출한 일반적인 2세들과 좀 다르다. 1세들의 고단한 생업과는 무관하게 공부에만 열중한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니다. 악전고투하는 부모님의 청과업을 함께 일구면서 동네 학교를 다녔고 동네 친구들과 컸다. 동네 정치인의 보좌관을 하면서 정치를 배웠다. 그는 누가 봐도 커뮤니티의 풀뿌리 활동가 출신 정치인이다. 7살에 미국에 왔지만 한국말도 능통하다. 그래서 그는 이민자 권익을 위해 물불 안 가린다. 한인 2세들의 좋은 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뉴욕을 참혹하게 할퀴었다. 하루 수천명씩 사망자가 속출했다. 쏟아져 나오는 시신을 감당하지 못해 그냥 자루에 넣어 길거리 냉동트럭에 보관하는 풍경이 매일 뉴스에 나올 지경이었다. 병원과 의사는 물론이고 산소호흡기, 방호복, 마스크, 병원 침구 등 각종 의료 물자가 턱없이 부족해 난리법석이었다. 주지사가 역병에 잘못 대응하는 대통령에게 저항한다는 이유로 연방정부의 긴급 지원이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수개월 이어졌고 사망자는 늘어만 갔다. 대통령의 부실한 대응에 가장 앞장서서 용감하게 저항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공중파 방송을 통해 영웅으로 떴다.

일약 전국적 정치 스타로 떠오른 쿠오모는 매일 TV 출연에만 몰두했다. 역병에 신음하며 수없이 죽어가는 양로원 서민 고령자들의 아우성엔 아랑곳없다. 대통령을 달래서라도 의료 물자를 지원받았으면 하는 여론이 일고 있음에도 각종 미디어는 쿠오모를 민주당 내 차기 대통령 후보 1순위로 거명하기도 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극심한 빈곤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그래서 진보계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뉴욕 정치권의 현주소다. 뉴욕주의 진보적 활동가 사이에서 쿠오모는 아주 오래전부터 청산해야 할 정치인 1호였다. 위협과 보복으로 정치 세력을 관리·통제해 온 그의 방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로부터의 보복이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뉴욕 민주당을 획기적으로 뒤엎는 밀레니엄 세대들의 중심이 론 김이고 AOC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지역구의 양로원을 돌아다니면서 참다못한 론 김이 인기 절정의 주지사에게 용감하게 저항했다. 이를 시작으로 주 하원에서는 쿠오모의 양로원 대응을 조사했으며 사망자 수 허위 보고를 밝혀냈다. 쿠오모는 론 김을 험악한 말로 집요하게 협박했고, 론 김은 용기 있게 그것을 세상에 적나라하게 알렸다. 주지사가 전화로 말을 안 들으면 자신을 파괴해 버릴 거라고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주지사의 위력에 의한 두려움 때문에 침묵을 유지하던 ‘미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쿠오모는 주변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성폭력한 의혹으로 고발당하고 있다. 벌써 9명의 고발자가 줄을 잇고 있다.

론 김은 쿠오모의 양로원 대응에 관한 의회 조사를 요구한 최초의 민주당원이다. 쿠오모가 공격하기 시작했을 때 론 김은 두려웠다고 말했다. 론 김은 “그의 존재와 그의 권력 궤도 영향은 저와 같은 사람과 이민자 가족에게 끔찍한 일”이라고 CNN방송에서 말했다. 그의 아내는 처음에 “당신이 하는 모든 것을 그만두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론 김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것을 세상에 알린다고 했다.

권력의 화신 쿠오모의 정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 사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격렬하게 저항했다는 공로로 차기 대권 후보 영순위로 올랐던 지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을 주도하는 3대 가문 중 하나인 쿠오모계의 장자다. 쿠오모계는 이탈리안계 이민자의 가장 대표적인 정치 가문이다. 쿠오모는 1983년부터 94년까지 뉴욕주지사를 세 번 역임한 마리오 쿠오모의 장남이다. 아버지의 선거운동에서 범이탈리안계를 결집시키는 역할로 정치를 배웠다. 뉴욕의 이탈리안 마피아들까지도 쿠오모를 위해 결투를 거둘 정도로 쿠오모는 실력을 발휘했다.

쿠오모는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사위로 들어갔다가 클린턴계로 갈아탔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주택장관을 역임했다.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에 힘입어 2009년 뉴욕주지사에 당선돼 내리 3선을 하고 있다. 지금은 민주당 주지사협회의 독보적 리더다. 탄탄대로의 쿠오모 권력 행보가 의협심으로 지역구 서민들을 가장 충실하게 대변하는 주 하원의원 론 김에 의해 허물어지고 있다. 덮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미투 폭로가 이어지면서 쿠오모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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