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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돈의 시대, 공무원이란

김나래 정치부 차장


“부동산 투기꾼은 절대 공무원이 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지난 19일 당정이 공직자 재산 등록 제도 전면 확대를 약속한 다음 날, 집 앞 거리에 내걸린 플래카드 문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동네 지역구 의원이 내건 것인데, 왠지 모를 결연함과 비장함이 느껴졌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만난 정당의 절박감 같은 것도 얼핏 보였다.

민주당은 조만간 어느 선까지 재산 등록을 의무화할지 결정한 뒤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 21대 총선 승리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뒤 문제가 터졌다 하면 일단 법부터 고치는 것이 민주당의 뉴노멀이 된 것 같다. 법적 근거를 갖춘 제도의 규범화는 사회를 좋은 쪽으로 바꿔 나가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민주당이 지나치게 여론에만 반응해 과잉 규제를 하거나 절차적 문제를 경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할까. 3기 신도시 투기로 문제가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을 비롯해 공무원들의 일탈 소식을 들으며 이들이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다.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의 의무로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들고 있다. 2011년 7월 29일 신설된 조항은 공직을 이용한 사적 이익 추구나 재직 중 취득한 정보의 부당한 사적 이용을 해선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

‘공무원 헌장’이란 게 있다기에 찾아봤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우리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 가지 실천을 약속하고 있는데 ‘공익을 우선시하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 ‘청렴을 생활화하고 규범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 이번 사안과 연관 있는 조항이었다. 이런 규정들이 있는데도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한 건, 몇몇 개념 없는 소수의 일탈이라 가능했던 것일까. 아니면 대한민국 공직사회 분위기가 그만큼 엉망이고 기강 또한 흐트러져 있다는 것일까. 여러 분야의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대체로 후자, 공직 기강 해이라는 답이 훨씬 많았다.

과거엔 공무원이 되는 건 비록 지위가 높진 않아도 ‘나랏일’을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명예직과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일자리로 여겨지고 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이분법적 접근은 피하고 싶지만 명예냐 실리냐, 두 가지만 놓고 보면 공무원도 실리에 좀 더 가까운 자리로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떤 개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흐릿해질 때 어김없이 문제는 발생한다. 이번 LH 사태는 돈이나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2021년 한국 사회에 공무원이란, 공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여당이나 청와대에서 말하듯 부동산 투기꾼, 부동산 적폐와의 싸움으로만 볼 일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대형 악재로 여기며 유불리를 따지는 야당의 접근법도 그런 점에서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LH 사태는 문재인정부의 최대 난제가 됐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쉽지 않아 보인다. 공직자들의 투기에 대한 수사와 이익 환수도 중요하지만 공직사회의 윤리 기준을 재점검하고 새로 확립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리의 미래’라는 책에서 ‘좋은 삶’의 가능성으로서 윤리에 주목하며 “윤리는 정의와 공정의 기반이 되고, 개혁과 함께할 때 의미가 있다”고 했다. 공무원 헌장을 다시 읽어보는 것에서부터 공직사회 개혁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김나래 정치부 차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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