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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근의 세금이야기] 증세 운 띄우는 정부… 부가세 무턱대고 올렸다간 인플레 유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나라마다 곳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증세가 거론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세금을 더 거둘 것인가에 있다. 나라마다 자신들의 실상에 맞는 방법을 택하겠지만 크게는 모든 국민을 상대로 하는 보편적 증세와 특정 계층인 부자와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부자 증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공약대로 법인세와 연방소득세 증세를 택할 것으로 보이며 영국과 유럽연합(EU) 다수의 국가는 특정 부유 계층만을 상대로 하는 부유세를 일시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남미의 아르헨티나 역시 부자 증세 쪽으로 추진한다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가까운 일본을 비롯한 그 외 다른 선진국에서도 조만간 각각의 여건에 맞는 증세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여당 몇몇 의원들의 개인 의견이지만 부가가치세 세율(현행 10%)을 2~3% 상향 조정하는 방법이나 아니면 부자 계층에 대한 소득세 증세와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 등 몇몇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거론되게 되면 세금을 더 내야 할 계층에 있는 국민의 만만찮은 반발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면 본격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난해 초 전혀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로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는 계층이 늘어나 이들에게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지원해 주다 보니 나라 곳간에 큰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현 정부 출범 시 정책으로 제시했던 빈부 간 소득 격차 해소 문제가 도리어 갈수록 더 심화하고 있어서다. 시급히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시된 증세 방안들에 대한 충분한 연구 검토와 함께 여론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참에 수십년간 국세 공직자로 일해 오면서 겪었던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두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 번째,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부가가치세 증세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심사숙고했으면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부가가치세는 상품을 만들어 최종 소비자에게 가기까지 유통 단계마다 상품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과하는 세금이다. 문제는 이 세금이 바로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그들이 부자이든 가난한 자이든 불문하고 똑같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부자보다는 가난한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무겁게 느껴질 것이며 이로 인해 빈부의 소득 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다. 더 심각한 건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게 되면 유통업자들은 이를 핑계 삼아 늘어나는 부가가치세보다 더 큰 폭으로 상품값을 올리게 돼 자칫 물가 상승의 큰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실례로 필자가 국세청에 재직하고 있을 때인 1977년 7월, 부가가치세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됐을 당시 시장이 매우 혼란스러웠는데 그 이유는 갑자기 물품값에 부가가치세 10%를 포함하다 보니 덩달아 물가 폭등 현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분의 세무 공무원들은 본연의 업무인 세금 부과·징수 업무를 제쳐두고 장기간 물가 단속 업무에만 매달리게 된 일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부가가치세법 시행 후 지금껏 한 번도 증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듯 물가와 깊은 관계가 있는 부가가치세를 올리게 된다면 이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부자 증세 방안 중 부자 개인에 대한 소득세 증세 방안은 빈부의 소득 격차 해소 차원에서 어쩔 수 없겠지만 부자 대기업이라고 해서 법인세를 올리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 법인세율은 2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3.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세율을 더 높인다면 대상이 되는 대법인들은 매우 민감해할 것이며, 특히 글로벌 기업의 경우에는 외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몹시 괴로워할 것이다. 오히려 현행 대법인 세율을 좀 더 낮춰주어 그들이 한 푼이라도 이윤을 늘려 곳곳에 공장을 더 세워나가도록 해서 젊은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이 되도록 해주면 어떨까 싶다.

그럼에도 굳이 법인세 증세 조치를 고집해 나간다면 아마도 대상 법인들은 기업하기 좋은 다른 나라로 나가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지탱해오던 수많은 일자리마저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이와 관련한 외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한 규모가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규모보다 무려 3배 이상 더 많다. 이로 인해 외국으로 빠져나간 일자리가 무려 100만개를 넘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30~40대 젊은 층의 제조업 일자리가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으니 여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당국에서 꼭 증세 조치를 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재정 상황이라면 증세를 하되 국민과 기업 모두가 수긍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즉 빈부격차 해소와 일자리 창출이 되는 방향으로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은 낮추되 부자 개인에 대한 소득세율은 높이고, 여기에다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직장 근로자와 소득세 과세 미달 사업자들에 대해 일정액을 소득세로 내게 하는 ‘소득세과세최저한세’를 도입해보면 어떨까 한다. 아울러 증세 조치와는 별도로 우리 주위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복지 문제는 부자나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 문화를 더욱 활성화해 세금으로 할 수 없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보완해 나가도록 해보면 어떨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증세 조치가 아닐까.

조용근 사외 논설위원·전 한국세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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