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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풍경화] 지키는 자, 비웃는 자

봉달호 작가·편의점주


“편의점 앞에 야외 테이블을 설치하고 싶은데 이건 합법인가요 불법인가요?” 편의점 점주들이 수만명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종종 이런 질문이 올라온다. 즉각 ‘법률전문가’들이 나선다. 사례를 따져 친절하고 꼼꼼하게 알려준다. 전현직 변호사나 판검사, 그런 ‘높은’ 분들이 아니다. 전현직 편의점주들의 답변이다. 현장에서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다 보니 자연히 터득한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실무형 답변. 거의 틀림이 없다.

새내기 점주가 이런 질문을 올렸다. “손님이 구입한 음식을 편의점 근무자가 전자레인지에 데워주는 건 합법인가요 불법인가요?” 빠르게 답변이 따른다. “손님이 직접 데워 드시는 건 상관없는데 근무자가 돕는 건 편의점에 따라 다릅니다. 휴게음식업 허가가 있고 보건증을 소지한 편의점의 경우 간단한 조리 과정을 행하는 것이 가능해요. 그런데 일반 편의점에서 그러는 경우 엄격히 따지면 식품위생법 위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댓글이 어깃장을 놓는다. “선의로 도와준 건데 설마 깐깐하게 따지겠어요?” 거기에 다른 사람이 “재수 없어 걸리면 큰일 납니다” 하면서 갑론을박. 대체로 논쟁은 훈훈하게 끝난다. “그래도 법은 지켜야지요.”

숱한 질문과 답변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단연 노무 상담. “시골에 있는 작은 편의점인데, 이런 경우에도 최저임금을 줘야 합니까?”로부터 시작해 “자꾸 근무를 펑크낸 알바를 잘랐더니 주휴수당 안 줬다고 고발했어요. 어떡해야 합니까?”까지 다채롭다. “요즘 세상에 누가 주휴수당을 곧이곧대로 줍니까”라는 어느 점주 댓글에 “나는 주휴수당을 어겨본 적이 없다”는 반박 댓글이 붙고, “법정 수당 안 주겠다는 사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 때문에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인터넷 세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 아닐까.

“2년 일한 알바가 퇴직금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정산하면 되느냐”는 질문이 있고,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알바를 어떡해야 할까요?” 넌지시 묻는 질문도 있다. 역시 현장 전문가들의 생생한 답변이 잇따른다. 편의점에 무슨 퇴직금이 있냐고 단순하게 생각했다가 노동청에 불려간 사연부터 시작해 그러다 졸지에 범법자가 돼버렸다는 하소연, 알바와 ‘이면계약’을 했다가 나중에 고발된 사례도 많으니 법대로 꼬박꼬박하라는 충고에 이르기까지…. 세상엔 참 전문가들이 많다. 뭐든 이렇게 정직하게 묻고, 아무런 수임료(?)도 없이 성실하게 답변해주는 따뜻한 마음 덕분에 세상은 한층 단단해진다. 바로 당신 같은 이웃.

물어도 묵묵부답인 사람들이 있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 있다. 공직자가 땅 투기를 하고, 야밤에 몰래 문서를 없애고, 나랏돈에 수천억원 손해를 입히고, 법률과 원칙을 가볍게 무시하는 일이 잇따르는데도 정부에는 사과하는 존재 하나 없고 여태껏 ‘과거’가 문제란다. 잘한 것은 모두 자기들이 했다고 하고, 못한 것은 언제나 ‘관행’ 탓이란다. 편의점 점주들의 인터넷 카페에 들어와서 좀 배우고 가시길.

봉달호 작가·편의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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