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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좋은거… 3분 만에 그리던 ‘임자’ 만나부렀소~

다리로 연결된 전남 신안 임자도

해가 질 무렵 전남 신안군 임자면 대광해수욕장 바로 옆 튤립공원 위에서 드론으로 내려다본 모습. 이국적인 풍차 너머 길게 이어진 해변은 비금도 명사십리, 암태도 추포, 도초 시목해수욕장과 더불어 신안의 4대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섬은 항상 육지를 꿈꾼다. 그 꿈을 이뤄주는 것이 다리다. 우리나라 섬 3300여개 중 65%인 2200여개가 전남에 몰려 있다. 그 가운데 ‘천사(1004)의 섬’을 자랑하는 곳이 신안군이다. 신안의 섬 임자도를 연결하는 임자대교가 지난 19일 개통됐다.

임자도 이름은 들깨를 일컫는 임자(荏子)다. 바다 위에 깨를 뿌린 것처럼 섬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 전한다. 임자도는 네덜란드와 비슷하게 섬의 반 정도가 해수면보다 낮은 곳이 많았는데 주민들이 150년의 세월 동안 이곳을 메꾸고 가꿔서 지금의 농토로 만든 것이다.

다리 개통 이전 배를 타던 점암선착장 바로 옆으로 거대한 다리가 지난다. 지도읍과 임자도를 잇는 해상교량으로 4.99㎞ 이어진다. 30분가량 걸리던 임자도가 3분 만에 다가왔다.

임자도의 명물은 대광해수욕장이다. 길이 12㎞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썰물 때면 백사장의 넓이는 360만㎡(108만9000평)에 이른다. 1990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해변으로 백사장을 따라 야영장과 잔디운동장을 비롯한 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대광해수욕장에 들어서면 분수대가 있고, 분수대 한가운데 스테인리스로 만든 커다란 민어 상이 있다. ‘백성의 고기’ 민어는 대광해수욕장 앞 섬타리(타리섬)에서 많이 잡힌다. 일대에는 1980년대 중반까지도 민어 파시가 섰다.

대광해수욕장 입구에 조희룡미술관이 있다. 우봉 조희룡(1789~1866)은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와 쌍벽을 이룬 문인화의 대가다. 1851년 예송논쟁에 휘말려 환갑이 넘어 임자도로 유배 왔던 ‘조선 제일의 매화 화가’다. 그는 용난굴에서 승천한 용 얘기를 듣고 승천하는 용을 연상케 하는 매화 둥치를 넣어 ‘용매도(龍梅圖)를 그렸다. 미술관에는 조희룡의 일대기와 함께 폭죽처럼 터진 매화 아래 집 한 채가 그려진 ‘매화서옥도’, 붉은 매화가 주렁주렁 달린 ‘홍매도’ 등 여러 그림이 소장돼 있다.

해수욕장 앞에 튤립공원이 있다. 임자도 튤립축제는 2008년 시작해 매년 4월 여행객들을 끌어들였다. 12만㎡(튤립공원 6만8000㎡, 송림원 5만2000㎡) 규모의 공원에 색깔과 모양이 다른 500만 송의 튤립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축제는 없지만 풍차와 조형물이 이국적인 풍경을 펼쳐놓는다.

대광해수욕장 인근 백사장을 내닫는 승마인들이 시원한 풍경을 선사한다.

대광해수욕장에서 동북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해변의 임자해변승마공원은 펜션식 숙소와 실내 마장 등을 두루 갖춘 승마장이다. 승마공원의 매력이라면 단연 해수욕장의 바다에서 즐기는 해변 승마다. 백사장이 광활하게 드러나는 썰물 무렵에 말을 타고 바닷가를 내닫는 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전장포 새우 조형물 일출

임자도 북동쪽 끝 전장포는 새우젓으로 이름난 포구다. 잡은 새우를 임자도의 3개 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으로 버무려 새우젓을 담근다. 냉장고가 귀하던 시절 포구 뒤편 솔개산 암반을 뚫어 만든 인공 토굴에 저장해 숙성했다. 길이 100m쯤 되는 토굴이 4개다. 이 중 3번 토굴은 지금도 주민들이 새우젓 숙성실로 이용하고 있다. 전장포 부두에는 곽재구 시인의 시 ‘전장포 아리랑’ 시비가 있고 바로 옆에 새우 조형물이 우뚝하다. 일출 명소다.

용난굴

임자도의 남동쪽에도 해변이 몇 있다. ‘어머리해변’이나 ‘은동해변’이다. 부드럽게 안으로 굽은 해변은 모래도 곱고 경관도 빼어나다. 어머리는 지형이 물고기의 머리를 닮았단다. 어머리해변 남쪽 끝에 ‘용난굴’이 있다. ‘용이 나온 굴’이란 이름처럼 이무기가 바위를 깨고 나와 용이 돼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굴은 절벽 아래 높이 5m, 폭 2m 안팎으로 뚫려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반대편은 바다로 연결된다.

인근 이흑암리에 ‘조희룡 적거지’가 있다. 이흑암리는 마을 앞에 검은 바위가 둘이 있어 붙은 이름다. 적거지에 조희룡이 기거했다는 움막터가 복원돼 있다. 조희룡이 ‘1만 마리의 갈매기들이 우짖는 집’이란 뜻으로 ‘만구음관’이란 현판을 걸었던 집이다.

여행메모
임자~서울 원스톱 버스 ‘일일 생활권’
새우·민어·대파… 먹거리·볼거리 다양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 가려면 지난 19일 이전에는 신안군 지도읍 점암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했다. 이제 차로 더 빨리 쉽게 닿을 수 있다. 특히 임자↔서울·광주·목포 간 금호고속(시외버스)가 운행함에 따라 서울에서도 원스톱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임자↔서울·광주·목포 노선은 각각 1일 2차례 왕복한다. 서울노선 4만300원, 광주노선 1만3300원, 목포노선 1만700원이다.

임자도 진리선착장 인근에서 본 임자대교 야경.

신안은 새우와 민어의 대표적 산지로 해산물이 풍부하다. 6월 말에서 8월 사이 많이 난다. 요즘 ‘금파’로 대접받는 대파밭도 광활하다. 3월말까지 대파 수확이 이어진다. 숙식은 대광해수욕장 관광단지, 면소재지, 진리선착장 근처 등에서 해결할 수 있다. 대광해수욕장 입구 조희룡미술관에서는 지난 19일부터 8월 22일까지 ‘임자도에 핀 홍매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자전거로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것도 색다르다. 진리에서 전장포까지 염전과 논밭 사이 고즈넉한 길을 따르며 유유자적 봄을 즐길 수 있다. 하우리항에서 은동해변을 거쳐 어머리해변으로 이어지는 임도도 빼놓을 수 없다. 임자도 높은 곳에 올라 섬 전역과 주변 바다에 물든 봄빛을 조망하는 즐거움도 크다.

임자도(신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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