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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피크 코리아, 쿠오바디스 코리아?

성경륭 한림대 명예교수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지난해 출간된 ‘피크 재팬’이라는 책에서 저자 브래드 글로서먼은 일본이 2기 아베 신조 정부 시기에 역사상 국력의 최정점에 도달했고, 그 이후부터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그는 한 나라가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득권 연합과 같은 장애에 부딪혀 내부 혁신 동력을 상실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반면교사이다. 한국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20년 방역과 경제 회복에 좋은 성과를 보여 국내총생산(GDP) 규모 1조6200만 달러를 기록해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10위에 오르는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런가 하면 한국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의 ‘글로벌 혁신지수’ 세계 10위, 보스턴컨설팅그룹의 ‘가장 일하고 싶은 나라’ 세계 1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자료들은 모두 한국의 국력이 2020년쯤에 역사상 최정점, 즉 ‘피크 코리아’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같은 판단은 2020년에 경제와 혁신 분야 지표들이 급상승한 추세의 이면에 정반대의 추세도 동시에 나타난 데 근거한다. 무엇보다도 작년에 한국 사회는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급락하며 역사상 최초로 사망자가 출생아를 3만3000명이나 상회하는 인구의 자연감소를 보였다. 또한 소멸 위험 지역의 급증(105개 시군구), 정원 미달 대학의 급증(175개 대학 2만6000명 미충원) 등과 같은 문제도 동시에 나타났다.

이렇게 볼 때 작년은 한국 역사에서 상승하는 힘과 하강하는 힘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 감소, 지방 소멸, 대학 소멸 등의 징후들이 단기간 내에 해소돼 상승하는 경제와 혁신 추세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인구와 지방 소멸 등에서 나타나는 하락 추세는 여러 요인의 복합적 작용으로 쉽게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의 상황은 한층 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일본이 인구의 최정점에 도달한 시기는 2010년이었다. 그 이후 일본은 상황이 계속 악화됐으나 출산율은 1.36명을 유지해 왔다. 한국의 경우 일본보다 불과 10년 정도 뒤인 2020년 전후에 인구 정점과 경제력 정점에 도달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출산율 하락 속도와 고령화 속도가 크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2020년에 들어와 인구의 자연감소와 함께 한국의 인구 재생산이 불가역적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우선 2100년쯤 2000만명 초반대로의 인구 급감, 지방 소멸의 급진전, 각급 학교의 폐교, 수많은 기업의 부도, GDP 규모의 급격한 축소, 국가재정과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등과 같은 문제들이 꼬리를 물고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한국 현대사에서 문재인정부는 매우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상승하는 한국과 하강하는 한국의 바로 한가운데에 서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가장 큰 업적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방역과 경제 회복 정책을 잘 추진해 우리 경제의 위상을 세계 10위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 방심하면 바로 문재인정부 시기에 대한민국의 하강이 시작됐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문재인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에 따라 포용적 사회보장체제의 확충, 혁신경제의 발전, 교육 혁신을 통한 인재대국의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포용적 경제 성장을 추진하는 한편 한국 사회의 인구 기반과 지역 기반이 와해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혁신적 포용국가는 포용과 혁신의 원리를 결합해 사람과 지역을 살리는 것을 핵심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사람 중에서는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청년세대를, 지역 중에서는 소멸 경로에 들어선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을, 또한 청년의 교육과 지방의 생존이 동시에 걸려 있는 지방 대학을 살려내는 일이 시급하다. 더 늦기 전에 혁신적 포용국가 전략과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의 대반전을 만들어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성경륭 한림대 명예교수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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