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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의 인사이트] 여자는 잠잠하라?


지난주 제10회 크리스천리더스포럼에서 ‘삶과 앎의 조화’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한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는 “어릴 적 굉장히 엄격한 보수 교단에서 자랐기 때문에 주일날 돈 쓰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버스 타도 안 되고, 교회에서 하루 종일 봉사하다가 자장면을 사 먹을 수도 없어 저녁밥을 굶고 저녁예배에 참여했다”며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저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가치였는데 치우친 신앙 생활이고, 갇혀 있는 삶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리에만 머물지 말고 로마서 12장 1절에 나오는 것처럼 ‘그러므로’라는 사다리를 타고 삶과 윤리, 즉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행동하는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101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도 중학생 때 교회에선 ‘주일에 공부하면 죄’라고 해서 일요일 자정을 넘긴 뒤 공부했는데 그런 교리가 얼마나 큰 잘못이냐고 했다. 예수님은 계명과 율법을 버리라 했는데 한국교회는 교리주의, 교권주의, 교회주의에 빠져 있다고 일갈했다.

최근 한국교회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모습이 또 한 번 드러났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2018년 김영우 전 총장 사태 이후 혼란을 겪던 총신대에 지난달 22일 정이사 15명을 선임했는데 그중 3명이 여성이었다. 사분위는 애초 예장합동 총회, 대학평의원회 등에 성비 균형을 고려해 이사를 추천하도록 했지만 모두 남성으로 추천됐다. 그러자 교육부는 할당받은 4명 중 3명을 여성으로 추천했고 사분위가 3명 모두를 이사로 선임한 것.

1901년 개교 이래 첫 여성 이사가 선임되자 예장합동과 총신대는 난리가 났다. 예장합동 소강석 총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성경과 개혁신학에 투철한 목사·장로 중 선임한다’는 총신대 정관과 교단 이념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예장합동은 여성에게 목사·장로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데 여성 이사들이 목사나 장로가 아니고, 해당 교단 사람들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총신대는 예장합동 소속이지만 교육부로부터 연간 수십억원씩 지원받는 사립학교다. 양성평등을 규정한 헌법과 사립학교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예장합동처럼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예장고신도 정관상 여성의 이사 선임을 원천 차단하지는 않고 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 여동문회는 성명을 내고 “목사와 장로만 이사를 할 수 있다는 정관에 걸려 교육부가 요구한 여성 이사를 한 명도 추천하지 못한 것은 시대착오적 행태”라며 “총신대와 합동 교단은 여성을 시대의 동반자적 지도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북장로회는 1930년 여장로, 1955년 여목사 제도를 승인했다. 한국도 감리교가 1931년 첫 여성목사를 배출한 이후 기독교장로회가 1977년, 예장통합은 1996년 여목사 제도를 승인했다.

예장합동이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다 보니 총신대에서 남자들과 똑같이 공부하고도 안수를 받지 못해 여전도사들이 교단을 바꿔 안수를 받는 게 현실이다. 제사장이 모두 남성이었던 16세기 로마 가톨릭 시대의 ‘개혁신학’을 내세우거나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등의 바울 서신을 들먹이며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구태는 버려야 한다. 당시 헬라, 로마, 유대 사회는 남존여비사상이 팽배한 가부장적 사회였다. 예수는 대조적으로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며 남녀평등을 가르쳤다. 성경이 쓰여진 2000여년 전의 문화적 상황과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몇몇 성경 구절과 교회 전통에 얽매여 여성 안수를 거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외국에서는 장관의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고, 우리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세계 최하위 수준인 여성 임원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법적·제도적 개선을 해나가는 중이다. 경제 활동 주체들이 성이나 인종 등의 이유로 각 분야에서 차별받지 않는 평등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장합동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이명희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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