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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숙명의 한일전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한국 축구의 ‘삿포로 참사’는 국내 팬들에게 충격이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태극마크를 반납한 직후인 2011년 8월 10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치러진 한일 대표팀 평가전. 전반 중반 수비수의 연이은 부상으로 2명이 조기 교체되면서 수비진이 급격히 무너진 데 이어 후반에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0대 3 참패를 당했다. 37년 만의 3골 차 패배로, 역대급 졸전이었다. 그 이후 국제대회에서 4차례 맞붙어 2승1무1패를 기록했으나 삿포로의 치욕은 쉽게 씻기지 않았다.

친선 경기의 굴욕적 패배를 설욕할 기회가 10년 만에 찾아왔다. 오늘 저녁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양국 평가전이 열린다. 이번 한일전은 역대 80번째. 그간 승패는 42승23무14패로 한국의 압도적 우위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전력이 빈약해 걱정이 앞선다. 간판인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를 비롯해 핵심 선수 10명 이상이 부상과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차출 불발 등으로 대표팀에서 대거 제외됐기 때문. 사실상 2군 전력으로 나선다. 반면 일본은 유럽파 9명이 합류한 최정예 멤버로 구성돼 있다. 일본도 최근 2연패 고리를 끊기 위해 공격 위주의 축구를 예고한 상태다. 우리로선 차세대 스타인 유럽파 이강인(발렌시아)에게 기대를 걸고 있으나 결코 쉽지 않은 경기다.

양국은 방역 시험대에도 올랐다. 일본은 이번 경기를 오는 7월 도쿄올림픽 방역의 실험 무대로 삼고 있다. 한국팀 입국부터 투숙, 이동, 귀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정을 엄격한 방역 수칙에 의해 관리하는 중이다.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안전한 올림픽을 홍보하며 열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경기장에는 당초 5000명의 두 배인 1만명 관중을 입장시켜 방역 대응 시뮬레이션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우리도 지난해 11월 유럽 원정 평가전 때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 일본 대표팀 코치가 그제 양성 판정을 받은 점은 우려스럽다. 긴장된 상황에서 양국 모두 승리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누가 웃게 될까.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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