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한혜성 대표원장] “건강한 신앙인이라면 ‘마음의 병’ 드러내야”

‘사랑하는 내 딸, 애썼다’ 펴낸 한혜성 대표원장 이메일 인터뷰

한혜성 대표원장은 “우산을 쓰면 가랑비에 옷이 젖는 건 막을 수 있지만, 폭우는 피할 수 없다. 가끔은 우산을 써도 막을 수 없는 비가 오듯 마음의 아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회복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서울 서초구 출판사에서 포즈를 취한 한 원장과 책 표지. 규장 제공

정신질환을 향한 편견은 아직 견고하다. 편견의 벽은 교회에서 더 두꺼워진다. 암이나 당뇨 환자가 의사와 상담하고 약을 처방 받는 건 당연하게 여기지만, 우울증 환자가 정신과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면 “신앙보다 약에 의지한다”며 부정적으로 본다. 사회적 편견에다 믿음이 부족하다는 손가락질까지 받아야 하는 이들을 위해 한혜성조이의원의 한혜성 대표원장이 최근 ’사랑하는 내 딸, 애썼다’(규장)를 펴냈다. 책에는 한동대 생명과학부와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을 거쳐 가톨릭의대에서 정신건강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한 원장이 10년간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뿐 아니라 자신이 경험한 정신질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서울 강서구 배광교회 집사인 그를 지난 23일 이메일로 만났다.


-정신질환을 앓는 기독교인을 위한 책을 낸 계기가 있을까요.

“정신과 수련의 때부터 기회가 닿는 대로 교회 안에서 편견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돕고 싶었습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이들에게도 같은 신앙인으로서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었고요.”

-‘기독교인이라도 신앙과 의지로 모든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자세는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건강한 신앙인이라면 주님이 허락한 자원인 의료 기술을 귀하게 활용해 병이 치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요. 그런데 유독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교회에서 잣대가 달라집니다. 정신과 치료나 심리상담을 신앙 없는 행동으로 치부합니다. 정신과 치료가 신앙을 줄이는 일이 아니고, 오히려 주님이 허락한 삶을 살도록 돕는 건데도 이런 시각을 접하면 정신과 의사로서 정말 속상합니다. 정신과 치료는 건강이 상했을 때 회복하기 위한 노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책에는 그가 5년 전 7개월간 품은 태아를 떠나보내며 겪은 아픔이 나온다. 사산한 아이를 품에 안은 그는 미리 지은 아이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이후 지하철에서 온몸이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 쓰러질 뻔한 일을 경험한다. 가벼운 공황증세였다. 정신과 의사가 자기 마음도 못 챙기는 게 싫어 자책했지만, 이 경험을 통해 환자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환자에게 ‘아픈 스스로를 인정하는 게 회복의 시작’이라 말해온 것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도 됐다.

-개인적 아픔을 공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제 아픔을 포함해 간증을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부터 제 마음을 드러내는 데 솔직해진다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 치료자는 주님이시고 저는 조력자일 뿐이니 제 이야길 나누지 못할 이유도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 책을 읽고 ‘정신과 의사도 정신질환이 생길 수 있구나’ ‘마음이 아플 땐 드러내도 되는 거구나’란 생각이 든다면 감사하지요.”

-신앙인으로서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고통에 있어선 ‘하나님의 주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능동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력함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때,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거로 싸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전념하며 살 수 있습니다.”

-팬데믹 여파로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의 어려움이 큽니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환자분께 감사 인사를 받곤 했습니다. ‘우울해서 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치료받고 힘내서 취업했다’고요. 그런데 올해는 정말 힘든 이야기를 더 많이 전해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잘 버텨야 합니다. 고통스럽지만 이 상황에 두 발을 꼭 붙이고 하루하루 버티는 겁니다. 버티는 근육이 자라 이 시기가 지났을 때 전보다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만나길 바랍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를 돕기 위해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마음이 아픈 성도를 향한 편견이 사라지기를 기도합니다. 언젠가는 교회 주보의 기도요청란에 우울증 소식을 부끄러워하지 않고도 올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과정이 각 신학교 커리큘럼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목회자가 성도를 상담하면서 의지로 극복할 수준인지, 아니면 질병이 찾아왔는지를 살피고 치료를 지지해 준다면 성도들이 크게 아프기 전에 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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