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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오세훈의 압승이었나

김경택 정치부 차장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누르고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 출사표를 던진 후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제1야당 후보로 뽑히면서 따라붙은 오 후보에게 패했다.

그런데 이렇게만 쓰고 보면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여론조사 룰을 놓고 치고받는 등 3개월간 시끄러웠던 단일화 과정을 생각해보면 구체적인 분석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방법은 마땅치 않다. 두 후보의 득표율을 구체적으로 보도할 수 있다면 결과론적 분석이라도 붙일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할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정당 또는 후보자가 실시한 해당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누가 단일 후보로 선출됐는지 사실상 그 결과만 보도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이번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기관 2곳이 휴대전화 조사만으로 각각 1600명씩 모두 3200명을 조사하는 방식이었다. ‘야권 단일 후보로 국민의힘 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중 누가 적합하다(경쟁력이 있다)고 보십니까’라고 묻는 식이었다. 일부 매체는 오 후보의 선출 결과를 전하면서 ‘오차범위 밖 낙승’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사의 제목이나 본문에 ‘오차범위 밖’이라고 쓴 매체는 10곳이 넘었다. 800명씩 4개 단위(경쟁력 2개, 적합도 2개)로 진행된 이번 여론조사 결과, 오 후보가 모두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고 보도한 매체도 있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차범위 밖 승리라고 썼다가 금방 이 글을 지웠다. 이 의원은 “관련 보도를 보고 썼다가 확실치 않아 지운 것”이라며 “두 후보 간 격차를 모른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당초 접전이 예상됐었다는 기자들 질문에 “정확한 숫자는 듣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수치가 새나가면 안 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혼란스러운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대체로 사실에 근접한 표현이 가능한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득표율뿐 아니라 ‘압승’ ‘낙승’ ‘상당한 표차’ ‘근소한 차이’ 등의 표현을 쓸 수 없고 선출 결과만 보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취지는 선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이런 구체적인 표현을 쓴 매체에는 기사 수정이나 협조 요청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문제는 이미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온 뒤라는 점이다. 나중에 기사를 고치더라도 사람들은 이미 ‘오 후보가 압승했다’ 혹은 ‘간신히 이겼다’고 여길 것이다. 좀 더 정확한 보도를 위한 보완 장치를 마련할 수는 없을까. 치열한 속보 경쟁 속에서 설익은 보도가 나오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법을 검토해보면 어떨까. 오차범위 밖이건 안이건 허용 가능한 최소한의 표현 범위를 정하자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로 볼 수 있다. 굳이 득표율 격차까지 알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지만, 이 말은 굳이 그것을 숨길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누를 수 없다. 물론 ‘단일화 쇼’는 막을 필요가 있다. 일부러 단일화 싸움을 붙여 주목도를 높이려는 자작극에 여론조사가 악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몫을 남기는 게 좋을 것 같다. 국민의 정치의식이 진짜 단일화와 가짜 단일화를 가려내지 못할까.

김경택 정치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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