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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Y는 ‘따상’일까

지호일 경제부 차장


여기 정치시장 입성이 예고된 예비상장주가 있다. 검사 경력 27년의 자산을 보유한 Y. 공직에 있을 때부터 잠재적 우량주로 꼽히더니, 서초동을 떠난 뒤론 ‘여의도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치솟는 중이다.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이들이 ‘앵그리 머니’처럼 몰려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Y도 자기 입으로 “정치시장 진출”을 외친 적은 없지만, 현재 행보는 분명히 정치의 장(場)을 향하고 있다.

시장 입성을 위해 필요한 적정성 예비심사는 통과한 상황이다. 법무부 장관 3명이 다각도로 가한 공세를 버텨내고, 나아가 정권과 맞서는 장면에서 문재인정부에 반대하는 많은 이들이 ‘○’ 버튼을 눌렀다. 주식회사가 기업공개(IPO)를 거쳐 정규 자본시장에 등록하듯, Y도 공모(여론 결집)를 통해 상장을 공식화하는 일만 남겨둔 셈이다. 그 시점은 올여름쯤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상장 주간사를 기존의 보수 정당으로 할지, 아예 주간사를 새로 차려 도전에 나설지에 대한 고민도 있을 터다.

Y는 가치주보다는 성장주로 분류된다. 파란만장했다고는 하나 그의 자산 대부분은 검사 경력을 토대로 한다. 직업 정치가로서 내보일 실적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지지자들은 Y의 경쟁력이 정치시장에서도 통할 거란 전망, 집권 가능성에 대한 희망 등에 투자하는 것 아닐까. 다만 성장주는 외부 환경이나 충격에 따른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특징. 여권은 이미 “신기루” “신비주의” 등으로 공격하며 Y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시장 상장 후 향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호적인 쪽에서는 Y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뒤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보수의 책사’ 윤여준 전 장관도 “정치 감각이 있다. 훈련이 상당히 돼 있다”며 Y의 목표가를 올려 잡았다. 부정적 관측 또한 많다. 검찰총장 계급장을 떼고 야생의 정치판에 서는 순간, Y를 둘러싼 거품도 곧 꺼질 거란 예상이다. 증시만 봐도 따상에 성공했던 대어급 신규 상장사들이 이내 힘을 잃고 주저앉아 초반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듯이 말이다.

기자가 검찰 출입을 할 때 접한 Y는 한마디로 거침없는 검사였다. 늘 자신감이 넘쳤으며, 달변가이자 다변가이기도 했다. 또 인간관계에서의 의리를 중시했다. 이러한 기질은 지금의 Y가 있게 한 자산이지만, 작동 원리가 전혀 다른 정치시장에서는 반대로 독이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그래서 Y가 정치로 승부를 보려면 ‘검사스러움’이란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충고가 나온다.

상장 이후 Y를 기다리는 것은 혹독한 검증의 시간이다. 그의 과거, 가족, 주변인 모두가 가차 없는 공개 검증대에 오를 것이다. 일평생 칼을 쥔 자로 살다가 칼끝이 겨냥하는 자리에 서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검찰총장 발탁 때 울타리 구실을 했던 여당은 이제 Y를 고꾸라뜨리는 일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상품을 사이에 두고 경쟁하지만, 정치인 본인 지지율이 곧 경쟁력인 정치시장에서는 상대편을 직접 가격하고 물어뜯는 육박전이 횡행한다. 선거를 앞둔 때라면 더욱 그렇다. Y가 과연 이 비정한 시장에서 살아남아 비즈니스 확장성을 보여줄지, 국민 이익 극대화를 위한 비전을 제시할지 등을 유권자들은 냉정히 지켜볼 것이다.

내년 대선 장이 설 때까지 Y는 시장 한복판에서 대장주로 자리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그런 ‘잡주’ 혹은 상장폐지 신세로 전락해 있을까. Y의 진짜 경쟁력은 검증의 문을 지난 뒤에야 판가름 날 것 같다.

지호일 경제부 차장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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