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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지금 유럽은] 될성부른 국제기구 수장 후보, 떡잎 때부터 체계적 양성을

지난 1일(현지시간) 업무를 시작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왼쪽)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과 지난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기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머티어스 코먼 전 호주 예산부 장관. 신화AP연합뉴스

최근 경제 분야에서 비중이 높은 국제기구 두 곳의 수장이 새로 선출됐다. 하나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무역기구(WTO)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다. 이런 국제기구 수장의 선출에는 보통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며, 후보자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 복잡한 메커니즘도 작용한다.

우선 국제기구 수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몇 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 첫째는 전문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조정 능력이다. 국제기구 수장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다. 사무국을 이끄는 리더로서 회원국의 입장을 존중하며 그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원만히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유엔과 OECD 수장을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부르지 않고 비서 개념을 포함하는 용어인 ‘시크리터리 제너럴(Secretary-General)’로 부르는 것이다(특수한 임무 수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유엔 산하 조직의 수장은 Executive Director, Director-General 등으로 부르기도 함).

둘째는 정무와 외교 감각이다. 국제기구에서 중요한 결정은 회원국 표결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만장일치(unanimity) 또는 공감대(consensus)에 근거해 이뤄진다. 정무와 외교 감각 없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국제기구 수장은 사실상 고도의 정치인 또는 외교관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은 언어 능력이다. 대부분 국제기구에는 복수의 공식 언어가 있다. 모든 공식 언어에 능통할 필요는 없지만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영어는 매우 잘해야 하며 영어 이외의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강점으로 인식될 수 있다. OECD의 경우 공식 언어가 영어와 프랑스어인데, 영어만 잘해도 업무 수행에 큰 문제는 없지만 프랑스어를 전혀 못하면 평상시 의사소통 과정에서 제약이 생긴다. 이번에 당선된 호주의 머티어스 코먼 OECD 차기 사무총장도 원래 벨기에 태생으로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이처럼 개인이 지녀야 할 강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국제기구 수장의 선출 과정에는 국가 간 특수한 이해관계가 작용한다. 많은 나라가 자신들이 속한 경제적 또는 지역적 블록의 입장을 따르기도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개별 국가 간 은밀한 협상이 진행되기도 한다. 가령 특정 국가가 다른 국제기구 수장 자리에 후보를 내거나 국제 행사 유치를 추진 중이라면 지지표의 교환을 제안하기도 한다. 후보자의 개인적 역량을 벗어나는 이런 외적 요인도 현실적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최근 경향을 보면 개발도상국 또는 저개발국 출신의 후보가 국제기구 수장으로 선출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유엔의 사례에서도 이런 현실이 잘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해비타트(HABITAT)는 말레이시아, 세계관광기구(UNWTO)는 조지아, 세계보건기구(WHO)는 에티오피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멕시코가 수장을 배출했다. 중국의 약진도 눈에 띈다. 유엔 기구 중 식량농업기구(FA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수장이 중국 출신이다. 현재 국제해사기구(IMO)의 임기택 사무총장이 우리나라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유엔 기구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구 규모, 교육열, 국제기구에 납부하는 분담금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우리 국민의 국제기구 고위직으로의 진출이 저조한 오늘날 상황은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제기구 수장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냉철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기구 수장직은 우연히 얻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정하고 그 자리로 진출이 가능한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 즉 준비된 후보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관리하며, 기회가 왔을 때 개인 역량과 국가 지원이 효과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유엔 기구의 경우 4년마다, OECD의 경우 5년마다 수장이 바뀔 수 있다. 기존 수장이 연임을 희망할 경우 찬반 투표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쟁자가 있는 선거에서와는 달리 수장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임기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와 관련된 전략적 예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의 시선은 긍정적인 편이다. 역사적으로 우리와 갈등 관계에 있었던 나라는 매우 적다. 또한 국제기구가 발전 경험 공유, 역량 강화 지원, 국제 규범 정비 등에 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가 국제사회와 나눌 수 있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외로 좋은 성과가 빨리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해외 건설사업 등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해 민관 협력을 더 높은 수준의 인프라 외교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인재들의 국제기구 고위직 진출 확대로도 이어질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인정받는 인사들이 해외에서도 자동적으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후보자들이 어느 정도 해외 활동을 하면서 서서히 국제적 명망을 쌓아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내 무대와 국제 무대는 게임의 룰과 인식의 창이 완전히 다르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사람이 해외에서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국가 차원에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 인재들의 국제기구 고위직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을 세운다면 몇 년 후 우리의 모습은 분명 달라져 있을 것이다.

OECD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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