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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글로벌 경제의 봄 시샘하는 두 악재, G2 갈등·수에즈 사태


지난달부터 급상승세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떨게 했던 미국 국채금리가 다소 안정세로 돌아섰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채권 금리 급등에 대해 질서정연하며 경기 개선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졌던 경기가 다시 반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성장통임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성장통마저 시샘하듯 미·중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수에즈운하 사고까지 터지는 등 달갑잖은 악재들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시감’

IBK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글로벌경제 상황이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상반기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당시 기저효과와 부양책에 의한 경기회복 초기로 국내수출과 이익전망이 꾸준히 개선됐다. 미국 중심의 저금리 및 완화적 통화정책 여건도 지속됐다. 이 와중에 유럽재정 위기와 중국긴축과 같은 대외악재로 경기회복 지연 우려가 불거졌다. 보고서는 이 같은 대외 악재를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과 중국간 외교 충돌, 미국의 증세 등으로 바꾼 것이 현재의 모습이라고 봤다. 이런 여건 때문에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가 2009년 큰폭으로 반등한 이후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것까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3차 유행 우려는 부활 주일을 앞두고 유럽을 중심으로 재봉쇄 조치에 따라 경기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되지만 1, 2차 유행 때만큼 강한 충격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번에는 백신 접종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안소은 연구위원은 “백신 효과와 공급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유럽보다 미국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큰 국내증시에는 경제적충격이 1~2차 확산기에 비해 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G2 신냉전에 등터지는 신흥국

이에 반해 미·중 알래스카 회담을 계기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정책 면모가 드러난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년간 파 놓은 수렁의 간극이 좁혀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강제노동을 이유로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 제품 사용 금지 움직임을 둘러싼 인권 이슈는 중국과 미국 양측의 외교적 명분이 걸려 있어 바이든 임기 내내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 보안법 사태에 이어 위구르 인권문제 거론은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일부 개인과 단체에 대한 제재로 맞서고 있지만 중국 국민들은 나이키, H&M 등 다국적 기업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사태는 심상찮은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8일 트럼프가 중국에 부과한 보복관세를 내릴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무역전쟁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연합이 30여년 만에 이 문제를 놓고 중국 제재에 나서는가 하면 중국이 이란과 새로운 안보협정을 맺는 등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신냉전 블록을 형성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도 우려할 대목이다. 사드 사태처럼 자칫 국내 경기와 기업에까지 신냉전 갈등에 따른 한한령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미중 갈등 리스크, 더 나아가 신냉전 리스크가 중국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 등 이머징 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할 잠재적 위험이 커지고 있어 향후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점은 신흥국들에게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 기조 확인 이후 26일 달러화 지수는 92.9까지 상승하면서 지난해 11월 4일(9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역외 위안화·달러 환율은 6.5465위안으로 지난해 12월 1일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달러 강세는 채권 금리 급등 여파로 최근 정책금리를 잇따라 인상한 터키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가에는 긴축을 더욱 강요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에즈운하 사고, 한국엔 호재?

국제금융센터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일주일동안 가로막은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 좌초 사고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고, 식료품 공급망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의 알리안츠 그룹은 수에즈 운하 사고로 세계 무역은 일주일에 60~100억 달러 손실이 예상된다고 추산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0.2~0.4%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체 부양에 성공했지만 이번 사고는 수치상의 일회성 타격을 넘어 탈세계화의 시대에 블록화를 앞당기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이후 추진되고 있는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회귀)을 가속화하는 등 중국 중심의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컨테이너 선박 대신 철도를 이용한 유럽 수출 물량을 확대하는 등 GVC 재편 움직임을 막으려 애쓰고 있다.

이번 사고가 그나마 한국의 조선업엔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위안거리다. 지난 26일 삼성중공업의 2조800억원 규모 초대형 수주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수에즈 운하 사고 여파로 국내 조선사로의 선박 발주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좌초된 에버 기븐은 일본 이마바리조선소가 건조한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9일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의 잦은 고장 사례는 이제 익숙해진 가운데 일본에서 건조된 선박도 품질의 신뢰성이 사라진 것”이라며 “한국 조선업의 선박 주문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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