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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미스 미얀마의 눈물

이흥우 논설위원


지난 27일 태국 방콕에서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대회가 열렸다. 대회 최고 관심사는 현 국제정세를 반영하듯 우승자가 아닌 미스 미얀마 한 레이였다. 양곤대에 재학 중인 한 레이는 연설에서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제발 미얀마를 도와달라”며 국제사회를 향해 눈물로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후세를 위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책임이 있다”는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Heal the World)’ 한 소절을 부르는 것으로 연설을 마쳤다. 아낌없는 갈채가 쏟아졌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죽음을 각오한 미얀마 국민에게 보내는 국제사회의 응원이다.

대회가 열린 날은 ‘미얀마군의 날’이었다.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이날 하루 쿠데타 발발 이후 가장 많은 11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다. 집단살육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군부는 태연자약하게 미얀마군의 날 경축 리셉션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 8개국은 리셉션에 축하 대표단을 보냈다. 러시아는 8개국 중 직책이 가장 높은 국방차관을 파견했고,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이런 러시아를 ‘진정한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아무리 ‘적의 적=우리 편’의 등식이 성립하는 국제사회라 해도 미얀마군의 만행은 인류가 공동으로 맞서야 하는 홀로코스트와 다름없는 야만적 범죄다. 북한이 이 대열에 동참하지 않은 게 다소 의외다.

같은 날 12개국 합참의장이 미얀마 군부의 만행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의 주도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캐나다 그리스가 참여했다. 핵심은 군대는 국제기준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 보호 책임을 망각한 미얀마군은 비적떼와 다를 게 없다는 의미다. 미얀마 군부를 규탄한 12개국, 두둔한 8개국을 보면 국격의 차이가 확 느껴진다. 미스 미얀마의 눈물이 통한 걸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민주정부가 복귀할 때까지 미얀마와의 교역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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