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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석 칼럼] 아직도 검찰 공화국


검찰, 전직 대통령 2명 구속 등 적폐청산에 1등 공신이면서
현 정부 실세들과도 맞짱 떠 잇따라 승전하자 국민 지지
LH 사태에 검찰의 직접수사 여론 높자
경찰 국수본 수사 고집하던 정부도 결국 손 벌려
정치검찰 오명, 제 식구 감싸기 비롯한 조직이기주의,
‘떡검’ 등 부조리… 과거 잊고 자만하면 검찰 신뢰 상실할 것

검찰은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권력 집단이다. 대형 비리 사건에 대한 특수수사를 전담하면서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를 사실상 좌지우지해왔다. 특정 정치 세력이나 정치인, 기업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했다. 이런 검찰 권력을 빗대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검찰은 막강하다. 전직 대통령 구속 등 적폐청산에 1등 공신이었고,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현 정부 실세와 맞짱을 떠 승전고를 울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 국민은 검찰에 박수를 보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발생하자 한참 동안, 아니 최근까지도 검찰을 찾는 목소리가 컸다. 검찰개혁 추진 등으로 검찰과 갈등을 빚으며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해온 여권은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수사를 맡으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검찰이 직접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자 여당은 고육지책으로 야당과 함께 특별검사를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특검은 구성부터 수사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려 들끓는 부동산 민심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부는 검찰에 손을 벌렸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9일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의 핵심은 검찰을 사실상 수사에 직접 참여토록 한 것이다. 전국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 수사관을 투입하도록 했다. 그런데 검찰 내부에서는 “법적 제한이 있어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남 일 얘기하듯 푸념하는 검사들도 있다고 한다. 일부 직접 수사권 등 자신들의 권한을 빼앗긴 검경 수사권 조정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현 상황을 빌미로 검찰개혁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싶은 심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검찰이 그동안 사회정의만 위해 칼을 휘두른 것은 아닌데도 국민은 다 잊었나 보다. 과거 검찰은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데 앞장섰다. 그들은 숱한 고문 및 인권 유린 수사와 간첩 조작 사건 등을 자행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선택적으로 해와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수사는 물론, 전현직 검사들 간 전관 챙기기나 ‘제 식구 감싸기’는 또 얼마나 노골적이었나.

박근혜정부 당시 특수 강간 등 혐의가 동영상 등에서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 자체를 무력화하고 두 차례나 무혐의 처리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은 대표적이다. 검찰은 경찰의 체포영장 신청을 모두 반려했고, 소환조사도 없이 사건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2019년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김 전 차관에 대한 세 번째 강제수사가 시작돼 사법처리가 됐는데, 검찰이 뒤늦게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김 전 차관은 피해자가 된 모양새다.

지난해엔 검찰이 술자리 체류 시간을 계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술 접대를 받은 현직 검사 3명 중 2명을 불기소해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과거 ‘떡검’ ‘섹검’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 검찰 부조리와 관련한 신조어는 하나둘이 아니다. 정말 국민 다수가 지금도 경찰은 믿을 수 없고 검찰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맘껏 칼을 휘두르고 정치 권력 등과 손을 잡았던 특수부 검사들은 정권이 바뀌고 좌천되면 검찰을 떠난다. 그리고 검찰 주변에서 변호사로 화려하게 등장, 최고의 전관 대접을 받으며 연간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수임료로 챙기곤 한다. 검찰개혁 등 조직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반하면 벌떼처럼 일어나 ‘검란’ 등을 주도하는 검사들. 정작 자신들의 수장인 검찰총장이 정치적 언행으로 구설에 오르고, 중도 사퇴 직전까지 정치적 행보를 해도 꿀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하다. 아니 오히려 박수를 치며 응원한다. 진정 검찰 공화국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퇴임하자마자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퇴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요즘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4·7 보궐 선거에 개입하는 발언을 하는 등 정치 행보로 차기 대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철저히 ‘검찰주의자’인 그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완전한 검찰 공화국이 될 것 같다.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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