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들짝… 주작도 공룡도 봄빛에 반하다

진달래·동백꽃·모란… 고혹적 자태 뽐내는 전남 강진

전남 강진의 봄 풍경은 붉은 빛으로 화려하다. 산에는 진달래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주작산(475m)과 덕룡산(433m)은 아직 덜 알려진 진달래 명소다. 날개를 편 주작(朱雀)과 용트림하는 덕룡(德龍)은 설악산 공룡능선 부럽지 않은 기암괴석 사이에 핀 진달래가 화룡점정이다. 다산초당과 백련사에는 동백꽃이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영랑 생가에는 모란이 붉게 피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전남 강진군 신전면 주작산 너머 일렁이는 새벽 안개 뒤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주작산 바위 틈에 보석처럼 점점이 박힌 진달래가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붉은 빛을 띠며 황홀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주작산과 덕룡산은 강진만을 향해 날아오르는 봉황의 형상이다. 주작산 정상이 봉황의 머리, 덕룡산 능선이 왼쪽 날개, 오소재로 이어진 암릉이 오른쪽 날개다. 특히 양 날개 격인 능선에는 바위만으로도 아름답지만 그 사이로 피어난 진달래꽃이 금상첨화다.

오소재~작천소령~덕룡산~소석문 코스가 종주 코스다. 거리가 16㎞로, 출중한 산꾼이 부지런히 걸어도 7시간, 웬만한 산객은 9시간 이상 걸린다. 최고봉이 해발 500m에도 못 미치지만 산세는 1000m 높이의 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소재에서 출발하면 작천소령에 닿기 직전에 기암괴석이 눈앞에 다가선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바위석순들이 자웅을 겨루고, 선 굵은 암릉이 첩첩이다. 하얀 바위능선 곳곳에 숨은 듯 피어난 진달래가 고혹한 입술처럼 산객을 유혹한다. 이곳 진달래는 애써 군락을 이루지 않는다. 웅장한 암릉과 산허리 등 적재적소에 한 폭 동양화 속 여백의 미처럼 점점이 피어난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바위 너머로는 푸른 들판과 강진만이 펼쳐진다. 뒤돌아보면 멀리 해남 두륜산이 난공불락의 성채처럼 버티고 서 있다. 시선을 두는 곳마다 절경이다.

작천소령을 거쳐 덕룡산으로 오른다. 덕룡산 정상은 동봉과 서봉으로 이뤄져 있다. 바윗길에 지친 사람들이 대부분 잘 모르고 우회길로 지나칠 수 있다. 덕룡산 정상에서도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날카롭게 솟구친 웅장한 암봉이 공룡 이빨처럼 이어지고 말잔등처럼 매끄럽게 뻗는 초원능선이 어우러진다.

석문산과 만덕산을 연결하는 석문공원 '사랑+구름다리'.

덕룡산 다음은 석문산이다. 그 자락에 석문공원이 조성돼 있다. ‘사랑+구름다리’가 걸려 있다. ‘사랑이 넘쳐 구름 위에 서 있다’란 이름을 가진 111m짜리 출렁다리다. 석문산과 만덕산의 단절된 등산로를 연결한다. 하트 모양의 포토존이 설치된 다리는 사랑과 만남의 장소로 등산객들의 만남, 연인들의 산책로로 인기다. 세종대왕을 닮은 세종대왕 바위도 볼거리다.

석문공원에서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머물던 만덕산으로 이어진다. 그 기슭에 다산초당이 있다. 다산이 1808년부터 귀양이 풀릴 때까지 10년 동안 기거하던 곳이다. 이곳에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다산초당 옆 작은 연못에는 동백꽃 몇 송이가 떨어져 있다. 바로 옆은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천일각이다. 다산은 답답할 때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봤다고 한다. 천일각에서 길은 부드럽게 이어진다. 삼나무를 비롯한 난대림이 가득한 숲길이다. 작은 고개를 넘으면 2층 누각인 해월루가 나온다. 누각에 오르면 강진만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강진만 중간쯤에 있는 작은 섬이 가우도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아스라이 보인다. 해월루에서 내려오면 드넓은 녹차 밭이다. 녹차 밭 뒤로 만덕산의 수려한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연못 속 붉은 동백꽃이 운치를 더하는 다산초당.

녹차 밭이 끝나면 백련사 동백숲으로 들어간다. 빽빽이 들어찬 동백이 하늘을 가려 어둑어둑하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은 나무에 핀 꽃보다 붉게 빛난다. 나무에서, 땅에서, 마음속에서 꽃을 피운다.

읍내에 영랑 생가가 있다. 시인 김윤식 선생이 1903년 1월 16일 태어난 곳이다. 영랑은 1950년 9월 29일 숨을 거둘 때까지 시 80여 편을 발표했다. 생가 바로 앞에는 조만간 진홍색 꽃을 피울 모란 봉우리가 여럿 맺혀 있다. 생가 뒤편에 세계모란공원이 자리한다. 유리 온실 내에서 사계절 내내 모란을 볼 수 있다.

여행메모
주작·덕룡산 산행 중심 주작산휴양림
농촌 민박+체험 ‘푸소’… 스트레스 훌훌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주작산휴양림.

전남 강진에서 해남 방향으로 813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우측으로 보이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바위능선이 주작산·덕룡산이다.

주작산휴양림은 강진 남쪽에서 권장되는 숙소다. 코로나19로 폐쇄됐다가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작천소령이 지천이다. 이곳에서 진달래 일출 명소까지는 30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다. 주작산 일출전망대까지는 임도를 따라 차로 갈 수 있다.

강진에는 수준 높은 한식당이 많다. 떡갈비와 육회, 홍어삼합, 게장, 표고탕수육, 낙지호롱과 낙지회, 피조개, 버섯과 새우부침 등 산해진미가 넘친다. 강진 읍내에 오감통 먹거리장터가 있다. 토하비빔밥 등의 먹거리를 내는 집들이 몰려 있다.

코로나19로 강진의 푸소(FU-SO)체험이 주목받고 있다. 'Feeling-Up, Stress-Off'의 약자로 감성은 채우고 일상의 스트레스는 풀어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골 농가에서 1박 2일 또는 2박 3일간 생활하며 농촌의 여유와 따뜻한 감성을 느끼는 농촌민박+농촌체험 프로그램이다.



강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And 여행]
오메 좋은거… 3분 만에 그리던 ‘임자’ 만나부렀소~
꽃들의 화려한 기지개, 눈부신 봄을 알린다
자연 속에서 나와의 대화, 지친 심신을 달랜다
싸움불씨 ‘막말’ 파묻자 마을이 잠잠… 예천 ‘말무덤’의 교훈
하늘 품은 웅덩이… 봄옷 입은 동식물… 천상의 쉼터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