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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현명한 시민이 선거 희망이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 선출되는 시장의 임기는 1년 2개월이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사실상 5년짜리 시장을 뽑는 선거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내년 3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서인지 지나치게 중앙 정치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정치 과잉이다. 코로나19로 피폐해진 시민의 삶을 살피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서울의 대전환을 이끌 리더십이 필요한데 미래 비전은 없고 네거티브 공방과 정권 심판 구호만 요란하다.

바야흐로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파리, 런던, 뉴욕이 있으므로 그 나라들의 경쟁력이 높은 것이다. 지방분권 2.0 시대 서울의 경쟁력이 대한민국 경쟁력을 견인할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0년 12월 말 주민등록 기준 서울 총인구는 991만1088명으로, 전년 대비 9만9895명 감소했다. 32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자연 감소도 있지만, 집값 상승 등 주거비 부담으로 수만 명이 서울을 떠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세대수는 늘었다. 전체 세대에서 청년, 신혼부부 등 1~2인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63.8%로, 전년 대비 2.0% 포인트 증가했다. 그만큼 주택 수요도 늘었다.

고령화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10년 전과 비교해 서울의 64세 이하 인구는 120만명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인구는 56만명 늘어났다. 고령화율(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8년 14.1%로 치솟았다. 이 추세라면 고령화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서울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급격한 인구 변화, 도시 과밀화, 감염병 대응, 주거 환경, 복지 수요 등을 심층 분석해 단기 대책과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특히 차기 시장은 스마트 시티, 강남북 균형 발전, 기후 대응, 주택시장 안정, 일자리 창출, 미래 먹거리 등에 대한 비전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가까스로 잡혀가던 집값이 후보들의 개발 공약 남발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개발 위주의 부동산 공약은 집값 안정보다는 투기 수요를 부추기고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원주민이 쫓겨나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개발 중단 등의 부작용이 심했던 뉴타운의 교훈을 잊었는가. 반면 두 후보의 주거복지 공약과 세입자 보호 대책은 미흡하다.

오 후보의 처가 내곡동 땅 의혹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오 후보가 계속 말 바꾸기를 하면서 거짓말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오 후보가 내곡동 그린벨트 해제와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관여했는지, 땅 측량 현장에 갔는지 등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 후보가 시장으로 재직한 2008년부터 내곡동 택지개발사업을 시의 ‘핵심성과지표’로 선정해 실국장들로부터 직접 보고받은 정황이 담긴 자료가 추가로 공개됐다. 땅 측량 현장에서 오 후보를 봤다는 복수의 증언들도 나왔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지양해야 하지만 후보의 도덕성과 관련된 중대한 의혹이 제기됐다면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검증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서울 시민들의 삶은 어느 때보다 힘들고 절박하다. 이제라도 후보들은 정치공학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활 정치와 관련된 정책 경쟁을 벌이고, 시민들은 냉정하게 자질과 역량을 평가해 팍팍해진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살림꾼을 뽑아야 한다. 현명한 시민이 희망이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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