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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7번방의 선물

오종석 논설위원


‘7번방의 선물’은 2013년 개봉한 한국 영화로 당시 관객 수 1281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춘천 강간살인 조작사건을 참고로 한 실화 바탕 영화다.

지적장애인인 주인공 ‘용구’는 어린 딸 ‘예승’과 함께 살다 미성년자 약취 유인 강간 살해죄라는 죄목의 누명을 쓰고 수감된다. 용구가 들어간 교도소 1007번 방의 수감자들은 딸을 무척 사랑하는 용구를 위해 예승을 몰래 데려오는 등 함께 생활하면서 그가 살인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이 탄원서를 제출하고 무죄 입증을 위해 힘쓰지만, 피해자 아버지인 현직 경찰청장의 압력 등으로 용구는 결국 사형 선고를 받는다.

파출소장 딸을 강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정원섭(87)씨가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다. 정씨의 불행은 1972년 9월 27일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 한 논둑에서 아홉 살 A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군사독재 시절 이 사건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만홧가게 주인인 정씨는 숨진 피해자의 주머니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가게 전표가 나오자 피의자로 체포됐다. 정씨는 조사과정에서 범죄사실을 부인했지만, 수사관들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하고 유력 증거도 조작돼 강간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987년 모범수로 가석방된 뒤 목사가 된 정씨는 누명을 벗기 위해 1999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마지막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결백을 호소한 정씨는 2007년 12월 재심 권고 결정을 끌어냈고, 2011년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정씨는 이후 경찰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23억88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사보상 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씨는 지난 28일 세상을 떠났다. 억울함 때문에 잠못 이루며 모질게 생명을 이어왔다는 그가 하늘나라에선 편안하게 쉴 수 있기를 기도한다.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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