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눈으로 세상과 소통할 새 길을 찾다

세계관적 성경읽기/전성민 지음/성서유니온

게티이미지

드라마로도 제작된 웹툰 ‘송곳’에 등장하는 노무사 구고신은 노동자와 고용주의 입장 차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누구나 처한 상황이 달라지면 생각과 행동양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성경 읽기도 각 사람의 상황에 따라 이해와 세계관에 차이가 있으므로,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성찰하며 읽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책이 나왔다. 전성민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원장이 최근 펴낸 ‘세계관적 성경읽기’(성서유니온)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구약 내러티브의 윤리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기독교 세계관적 성경읽기’를 주제로 한국의 복음주의 기독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소개한다. 책에서 저자는 “성경에 뿌리를 둔 기독교 세계관이라도 성경의 활력을 담아내지 못하고 그저 억압적인 이데올로기로 환원할 위험성이 있다”며 한국교회가 새롭게 추구해야 할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구체적 조언을 전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기독교 세계관의 방향은 여러 차례 드러난 한국교회의 병폐와 맞닿아 있다. 우선 지금껏 대부분의 사람에게 기독교 세계관으로 인식됐던 ‘지성의 제자도’에 대해 비판한다. 그는 “기독교 세계관은 흔히 머리 또는 지성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됐다”며 “한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이 그의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에, 기독교 신념 체계를 인식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론적 지식만 강조하다 보니 실생활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적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저자는 말한다. “기독교 세계관이 교리와 관념의 집합으로만 이해된다면, 그것은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삶의 냄새가 밴 성경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기독교 세계관은 지성의 제자도를 넘어 그리스도의 가슴과 공명하는 제자의 가슴을 형성해야 한다.”

한때 한국교회를 휩쓸었던 권력 중심적 ‘고지론’ 대신 변두리에 입각한 기독교 세계관을 구현할 것도 호소한다. 저자는 예수의 공생애 주요 사역이 대체로 사회적 약자를 향해 변두리에서 이뤄진 점을 지적하며, 그리스도인이 변두리 영성을 추구할 때 예수의 모습을 닮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변두리에서 형성된 세계관이야말로 성경의 활력을 담아내며 기독교 주변 문화에 참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겸손과 대화, 온유를 기독교 세계관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는 것도 특징이다. “인간의 타락보다 하나님의 신실함이 더 강력”하고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에 속한 만큼” 비기독교적 세계관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통찰이 담겨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통찰력으로 다른 모든 사상 체계를 지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탄탄한 기독교적 사상 체계가 아닌 겸손과 사랑, 감사의 태도다.”

저자의 이 말이 곧 이단 등 반기독교적 세계관과 싸우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반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진 이들과 소위 ‘세계관 전쟁’을 치루더라도, “진리에 대한 소신을 품은 예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도 바울은 우상숭배가 만연한 그리스 아테네의 상황을 보고 격분했지만, 시민을 대상으로 광장과 아레오바고 법정에서 설교할 때는 이들의 종교심과 세계관을 인정하며 복음을 전했다. 세속 세계관과 타협하지 않고, 무시하지도 않은 채 기독교 세계관을 전한 이 연설로 아테네 시민 일부는 예수를 받아들였다.

결말에는 코로나19 시대 실기한 한국교회를 향한 대안도 담았다. 코로나 시대 예배 회복의 핵심 열쇠는 “예배당에서 드리는 예배가 아니며,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의 삶”임을 역설한다. ‘반이슬람’ ‘반공주의’ 등으로 특징되는 한국 복음주의 기독교가 극복해야 할 숙제도 제시한다. 저자는 “사랑을 잃고 두려움에 휩싸여 혐오와 배제로 자신을 지키기에 급급한 기독교에선 어떤 미래도 찾아볼 수 없다”며 “한국 기독교 복음주의가 평화의 세계관에 뿌리를 둔 기독교 세계관으로 다시 형성되도록 노력하자”고 조언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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