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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공정위의 추락

이성규 경제부 차장


4월 1일은 공정거래의 날이다.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1981년 4월 1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올해는 법 시행 40주년이다. 공정거래법은 1980년 5월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국회가 해산된 이후 국회 역할을 하던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만들어졌다. 법 제정을 줄기차게 반대하던 재계는 전두환 정권의 서슬퍼런 칼날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60년대부터 이뤄진 성장 우선주의 경제정책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독과점 등 불공정행위의 폐해를 막기 위한 법이 20여년의 산고 끝에 탄생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130년이 된 미국의 경쟁법 역사보다는 일천하지만 지난 40년 동안 공정한 시장경제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공정위는 글로벌 경쟁법 전문저널인 글로벌 컴피티션 리뷰(GCR)의 경쟁당국 평가에서 2016~2017년 별 다섯 개인 최우수(Elite) 등급을 받았다. 미국과 같은 등급으로 우리보다 경쟁법 역사가 긴 일본을 제쳤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공정위의 위상은 대내외적으로 크게 추락했다. GCR 평가 결과는 3년 연속 한 단계 추락해 일본과 같아졌다. 대내 평가는 더 참혹하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발표된 국무총리실 주관 부처 업무평가에서 평가 4항목 모두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43개 중앙행정기관 중 4개 항목 모두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부처는 공정위가 유일하다.

공정사회를 강조한 현 정부에서 국정과제 수행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공정위가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전현직 위원장의 책임이 크다. 장관회의에서 “재벌들 혼내주느라고 늦었다”고 했던 김상조 전 위원장은 정작 재벌개혁을 완수하지 못하고 떠났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성욱 위원장은 재임 1년6개월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내세우는 것이 디지털 공정경제를 강조하며 추진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인데 이마저 방송통신위원회와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됐다. 지난 1월 공정위가 만든 정부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지만 공정위와 방통위 간 갈등이 여당 내 상임위원회로 번지면서 표류하고 있다. 설상가상 행정안전부는 경제민주화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현 정부 들어 만들어진 공정위 기업집단국의 5개과를 4개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부적으로도 조 위원장의 리더십은 낙제점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도 있는데 조 위원장 취임 이후 능력이나 업무 성과보다는 출신 대학 등 업무 외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내부적으로 인사가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공정위 전직 고위 관료는 “외부 출신 위원장일수록 인사권을 갖고 조직을 통제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겠지만 조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분위기를 깨는 인사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 한 사무관은 “인사 적체는 갈수록 심해지고 정부업무평가 꼴찌로 직원들 사기는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위에서는 공정위 유튜브 채널 조회수를 올리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성대하게 열린 공정거래의 날 40주년 행사에서 공정위의 성찰과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공정위는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섬세한 정원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성욱호’의 퍼포먼스는 섬세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조 위원장은 언젠가 위원장직을 내놓으면 모교의 교수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추락할대로 추락한 공정위를 본 궤도로 다시 올려놓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

이성규 경제부 차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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