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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LH 사태, 아무도 짖지 않았다

손병호 논설위원


전국을 도박 광풍으로 몰고 간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졌던 것은 2006년 노무현정부 때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도둑 맞으려니까 개도 안 짖더라”는 말로 사건을 미리 막지 못한 것을 통탄했다. 우선은 게임 인허가 및 오락장 감독 관련 정부 부처나 기관들이 다 놓쳤고, 공공기관을 출입하고 민심을 살펴 문제점을 보고하는 역할인 국가정보원·경찰마저 눈을 감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당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반응이 이랬다. “주인이 도둑이면 개가 안 짖는다.” 주인이 도둑이라는 말, 뭔가 연상되는 일이 없는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사건이 딱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래서 짖는 소리가 전혀 없었던 사건.

LH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도 짖지 않았다’는 데 있다. 우선 회사 사람들부터 투기를 고발하지 않았다. 그렇게 광범위하게 투기가 이뤄졌으면 적잖은 직원들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면서 눈감아줬거나 아니면 ‘부업’이라 생각해서 고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LH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도 ‘짖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산하기관에 만연된 일탈은 주무 부처에도 소식이 들리기 마련일 텐데 관리감독에 소홀했거나, 아니면 너무 흔해서 그냥 넘어갔을지 모른다.

지역사회나 자자체에서도 아무 문제제기가 없었다. 투기는 바람이 불면 투기 대상 지역 전체가 들썩인다. 매매자들이나 아직 매매하지 않은 땅 주인들, 부동산 중개 사무실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진다. 그런데 바람에 휩쓸리기 바빴는지 아무도 호루라기를 불지 않았다.

제일 심각한 것은 사정당국이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는 점이다. 우선 경찰 정보망이 엉망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투기 바람이 그토록 세게 불었으면 그 많은 정보과 형사들의 안테나에 잡혔어야 했는데 정보수집 활동을 등한시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그리도 몰랐겠는가.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검찰도 매한가지다.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을 감사하는 감사원, 청와대와 총리실의 감찰반, 국세청, 국민권익위원회 등도 투기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 국회라도 알람을 울렸어야 하는데 싸우느라 바빴던지 역시 가만있었다. LH는 조직도 큰 데다 의원들 지역구 민원에 엮이는 경우가 많아 중요한 국정감사 대상이다. 국감 시즌이 되면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실에 내부 비위와 관련한 제보와 투서도 쏟아진다. 그런데 유독 직원들 땅투기와 관련해서는 어느 의원실도 문제를 들추지 못했다.

LH에 다니는 친척을 둔 사람이나 그 이웃들까지도 투기에 나섰을 정도로 투기가 만연됐었는데 왜 주요 기관들이 이렇게 다들 몰랐던 걸까. 이 거대한 ‘모르쇠 카르텔’을 수술하는 게 LH 사태 해결의 핵심이어야 한다.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만들어져도 투기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엄벌에 처한다고 범죄가 사라지지 않듯 말이다.

LH 사태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하려면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갖고 있는, 또는 발표 예정인 정보들이 아주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 특히 돈으로 이어지는 개발 정보나 투자 정보, 규제 관련 정보는 더더욱 그럴 필요가 있다. 또 공공기관의 내부고발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LH 사건은 누군가 시민단체에 제보해 알려졌는데, 내부고발이 더 일찍 이뤄졌다면 좋았을 것이다.

사정기관들의 정보수집 체계도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지금은 구멍이 너무 많이 뚫려 있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이 금지되면서 검경의 범죄정보 수집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졌는데, 국정원이 빠지면서 생긴 틈새가 아직 메워지지 않았다면 심각한 문제다. 감사원도 기관감사를 벌일 때 예산집행의 적정성 위주로만 할 게 아니라 직원 비위와 관련된 풍문수집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과 금융 감독기구도 범죄 포착 활동에 자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

수년간 투기 광풍이 전국을 휩쓰는 동안 정말 ‘아무도 짖지 않은’ 이런 사태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 범죄를 막거나 사후에라도 찾아내는 국가의 기능이 붕괴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느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닌 총체적 방치 그 자체였다. 그래서 지금은 도둑 잡는 일 못지않게 ‘짖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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