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반도포커스

[한반도포커스] 독이 든 성배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중국이라는 문제가 있다. 필자는 지역적으로 다양하고 특색 있는 중국 음식을 즐긴다. 또한 중국인 개개인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정부는 단호히 반대한다. 지금 중국은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윤동주 시인을 조선족이라 하고 김치, 한복, 판소리의 원조가 중국임을 주장한다. 중국은 한반도 문화를 슬그머니 차지하려는 것을 넘어 아예 그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오래된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동북공정을 이제는 세계공정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중국이 역사를 다시 쓰려는 이유는 근대화 과정에서 겪었던 쓰라린 패배와 수모에서 기인한 역사적 열등감이 그 기저에 깔려 있다. 어떤 국가든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면 열린 자세를 갖게 되는 법이다. 중국의 이런 편협한 소행은 매우 미성숙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국제관계에서는 군사, 무기, 외교, 경제보다 그전에 보이지 않는 전략적인 움직임이 있다. 그것이 바로 문화다. 우리는 단순히 반박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몇 배 더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두려운 것이 없는 듯 행동하고 있다. 밑바탕에는 군사적 자신감이 깔려 있다. 1987년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통해 양국은 사정거리 500~5500㎞ 미사일 개발을 금지했다. 중국은 그 조약의 허점을 이용하여 현재 상당한 양의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 보유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군비를 급격하게 확장하고 있다. 남중국해에 군사적 목적을 위한 인공섬을 조성해 군사 시설들을 설치하였고, 대만과 맞닿아 있는 중국의 해안 지역에 대량의 미사일을 배치하였다. 지난 2월 중국 국방부는 중간단계 탄도탄 요격미사일실험을 실시하였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이 실험의 실체는 위성공격무기 실험으로 본다. 이에 더해 4월 1일, 중국은 보하이 조선소에서 100형 ‘순쯔(Sun Tzu)’급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잠수함을 공개했다. 미국의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24발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지만 중국의 신형 잠수함은 48개를 탑재할 수 있다.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 능력을 가정한다면 이 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는 탄두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중국의 모든 행동은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규칙기반질서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다. 최근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발간한 ‘더 긴 전문(The Longer Telegram)’에 따르면 중국 정치국 안에는 여러 계파가 있음을 가정한다. 미국이 그중 친서방 라인을 잘 설득하면 중국을 다시 자유주의 국제 질서 안으로 편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는 단지 미국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중국은 중국식 세계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넘치는 자신감과 지나친 교만함은 결국 치명적인 실수를 낳게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문화적 오만함과 역사의 왜곡, 단기간의 군비 확장 이 세 가지의 조합은 독이 든 성배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1974년 4월 10일, 유엔 6차 특별회의 연설에서 한 명의 지도자가 이렇게 말했다. “만일 어느 날 중국이 색깔을 바꿔 초강대국이 되어, 세계를 지배하고, 다른 나라를 괴롭히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착취한다면, 전 세계인들은 중국을 ‘사회제국주의’라고 반드시 비판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중국의 본색을 만천하에 드러나게 하여 반대하고 맞서야 하며, 중국 인민들과 함께 타도하여야 한다.” 그의 이름은 덩샤오핑이다. 불행하게도 그의 경고가 서서히 운명이 되고 있다. 작금의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 지도부들은 덩샤오핑이 경고한 바로 그런 패권 국가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 47년 전 덩샤오핑의 경고는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