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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충치·크랙 찾아내는 진단장비 효과 좋네

‘큐레이펜’으로 정량광형광검사 인체 무해한 가시광선으로 투시


30대 직장인 한모씨는 최근 왼쪽에 치통이 느껴져 집 근처 치과를 찾았다. 진찰 결과 충치나 눈여겨볼 만한 치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속되는 통증에 정밀진단이 가능한 대학치과병원에서 치과종합검진을 받았더니 왼쪽 위 작은 어금니(제2소구치)에 보이지 않던 ‘인접면(치아 사이) 충치’가 확인됐다.

강한 빛을 내는 펜 모양의 장비를 들이대자 옆 치아와 붙은 작은 어금니에 붉은색 형광(사진)이 선명히 표시됐다. 이를 전용 프로그램에 입력한 결과 ‘3단계 충치’에 해당됐다. 치아 겉의 법랑질은 물론 속의 상아질 절반까지 이미 충치가 진행된 상태였던 것. 단순 육안 진찰로는 정상처럼 보였고 치아 전체를 X선으로 연속 촬영하는 파노라마 검사에서도 뚜렷하지 않아 확진이 안됐던 상황이었다. 치과의사는 “자칫 발견과 치료 시기를 놓쳤으면 진행된 충치를 다 파내고 신경치료를 받아야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보통 치과를 방문하면 육안 확인 등 전통적 검진법을 통해 치아 상태를 1차 판단한다. 치과의사 경험을 토대로 특이 사항이 관찰되면 파노라마 검사나 치근단(치아뿌리) 촬영 등 X선 영상장비를 활용한다. 하지만 병변의 위치나 진행 정도, 질환에 따라 진단의 정확성에 다소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같은 환자의 치아 상태를 놓고 A병원은 ‘치료해야 한다’, B병원은 ‘지켜보자’고 상이한 답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특히 치아의 인접면, 씹는 교합면의 충치나 크랙(Crack·치아 균열)은 진행 속도가 빠른 반면 조기 발견은 어렵다. 진단되더라도 실제 병소의 깊이보다 과소평가돼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이런 치과 진단의 한계를 보완하고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치아 진단 장비와 기술이 근래 도입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큐레이펜’으로 불리는 정량광형광검사(QLF)다. 치아 법랑질의 건강상태에 따라 반사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방사선이 아닌 가시광선을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치아 상태를 정량화된 데이터로 시각화해 치과의사의 판단을 돕는다.

보급 초창기라 전체 치과 병·의원의 10~15% 정도에서만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2018년 8월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았다. 다만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오송희 경희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는 5일 “전통적인 치아 진단법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숨은 충치나 크랙을 찾아내는 데 정량광형광검사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크랙은 치아에 가느다란 금이 가 시큰거리거나 찌릿한 통증이 생기는 증상이다. 금이 간 초기에는 통증이 있다 없다를 반복해 대부분 치과를 찾지 않는다. 금이 상당히 진행돼 통증을 참을 수 없게 돼서야 병원을 찾으면 이미 치아뿌리까지 손상되거나 아예 깨져 발치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국인은 오징어 같은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선호해 치아에 크랙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뼈의 금은 자연적으로 붙지만 치아의 금은 한번 생기면 결코 다시 붙지 않으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단단한 음식은 잘게 해서 천천히 씹거나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 크랙이 있으면 씹을 때 예리한 통증이 느껴진다. 금이 간 곳이 더욱 벌어져 신경까지 자극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오 교수팀은 치과종합검진프로그램 참여자 153명(치아 297개)을 대상으로 정량광형광검사를 실시한 결과 육안 관찰 등으로 식별이 어려운 교합면 충치 177개, 인접면 충치 91개, 크랙 29개를 찾아냈다. 정량광형광검사를 통한 초기 교합면 충치와 미세 크랙 탐지율은 각각 91%와 83%에 달했다. 의료진은 이런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센서스(SENSORS)’ 최신호에 발표했다.

오 교수는 “특히 초기 인접면 충치의 경우 정량광형광검사와 ‘초저선량 정밀 교익 방사선 영상검사’를 병행할 때 더 정확한 탐지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방사선량이 훨씬 적은 교익 방사선 영상검사는 대부분의 치과병·의원에 보급돼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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