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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샤이 지지층

김의구 논설위원


4·7 재·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이 20.54%로 집계됐다. 서울은 21.9%, 부산은 18.6%였다. 이는 2018년 동시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20.14%를 넘고, 사전투표가 처음 도입된 2013년 이후 재보선 가운데 최고치다.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3일 궂은비가 온종일 내린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참여율이다.

높은 투표율에 여야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샤이 진보’가 위기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권의 실책에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샤이 지지층이란 지지 대상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숨은 표를 말한다. 여론의 흐름이나 주변 분위기 때문에 투표 성향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는 계층을 지칭한다. 1992년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의 존 메이저 총리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1% 뒤졌지만, 실제 선거에선 7.6%의 큰 차이로 승리했다. 숨어있던 보수 성향 표의 결집을 설명하기 위해 보수당의 전신인 토리당 이름을 따 ‘샤이 토리(Shy Tory)’란 용어를 썼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외 승리를 거두자 ‘샤이 트럼프’란 용어가 원용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이후 ‘샤이 박근혜’ ‘샤이 보수’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수줍다는 의미의 형용사 샤이를 넣는 것은 가치판단으로부터 중립적이지 않고 과학적 개념이라 보기도 어렵다.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율을 반영하지 못하는 건 단순히 여론조사 방식의 문제일 수 있다. 다만 샤이 지지층이든, 지지 대상이 없는 무당층이나 부동층이든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하는 투표의 한 성향임은 틀림없다.

이번 재보선에서 샤이 진보의 결집이 대세를 가른 것인지, ‘대놓고 심판’이 우세했는지는 개표가 끝나고 구체적인 투표성향 조사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선거전이 격화하면서 양 지지층이 모두 결집할 것은 사실로 보인다. 선거가 이틀 뒤로 다가왔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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