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삶에 예의를 갖춘다는 것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다. 1891년 미국 미주리주 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스토너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가난한 농부 아버지의 일을 돕던 그는 청년기가 되자 새로운 농사법을 배워오길 원하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농과대학에 입학한다. 하지만 영문학의 매력에 빠져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교수가 되기 위해 학교에 머문다.

그의 인생은 결혼한 뒤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첫눈에 반해 청혼한 아내는 극도로 엄격한 가정에서 자랐다. 아내는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줄 모르는 여성이었다.

스토너는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자신의 결혼이 실패라는 것을 깨달았다. 딸을 낳아 잠시 행복했으나 딸과의 관계마저도 아내의 개입으로 멀어져야만 했다. 직장 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실력이 안 되는 자신의 제자를 박사과정에서 낙제점을 준 것에 앙심을 품은 동료 교수가 학장이 된 뒤 스토너는 남은 교수 생활 내내 온갖 불이익을 받는 것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는 사랑과 일, 우정에서 세상적 기준으로 탁월하지 못했다. 그런데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가난과 불화, 실패와 같은 거친 길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핸들을 함부로 꺾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 순간 다가온 삶의 덜컹거림 속에서도 자신 앞에 놓인, 가야 하는 길을 그는 끝까지 완주했다. 그의 가족과 친구, 동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대할 수 있는 최상의 태도를 보였다. 설령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통의 삶으로 보일지라도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성경 인물 사도 바울이 떠올랐다. 평생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던 노년의 사도는 삶의 마지막 순간 쓴 편지에 유독 자신에게 해를 입히고 떠난 사람들의 이름을 많이 적었다.

그만큼 그의 삶은 힘들고 고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울은 인간적 배신감과 상처 속에서도 그의 영적 아들 디모데에게 모든 일에 신중해야 하며 고난을 받는 가운데서도 전도자의 직무를 다해야 한다고 당부한다.(딤후 4:5) 그는 자신의 삶이 무명하고 죽은 자 같으며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살아있으며 모든 것을 가진 삶이라는 것을 알았다.(고후 6:9~10) 비록 그가 자신의 여러 특권을 버리고 유대교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후 온갖 고생을 하다 조용히 생을 마감했더라도 말이다.

바울이 눈물로 고생하며 세웠던 교회들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썼던 신약성서의 여러 서신은 기독교 2000여년의 역사 속에서 복음의 진리를 생생히 증언하는 통로로 쓰임받았다.

소설 스토너 역시 1965년 처음 출간됐을 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이듬해 절판됐다. 그러나 수십 년 뒤 뉴욕의 한 편집자 에드윈 프랭크가 책방 주인으로부터 이 책을 소개받고 읽은 뒤 판권을 사들였다. 책은 출간된 지 거의 50년 만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삶에 대해 예의를 갖춘 이들의 이야기는 이처럼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영속의 힘을 갖는다. 세상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삶을 극진히 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된다. 제 몫을 다해 주는 세상의 보통 사람들에게 감사를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자리가 버겁더라도 버티고 지켜내 준다면 그만큼 우리는 삶에 예의를 다한 것이다.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신청하기

국내외 교계소식, 영성과 재미가 녹아 있는 영상에 칼럼까지 미션라이프에서 엄선한 콘텐츠를 전해드립니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