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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유튜브’로 에르메스상… 류성실, 미술계 문법 깼다

과장된 이미지에 비판 의식 담겨… MZ세대 감수성 신선하게 표현

류성실 작가가 가상의 쇼 호스트 체리장을 소재로 제작한 모바일 영상 연작 ‘BJ 체리장 2018.9’(11분, 싱글채널 영상, 2018년). 작가 제공

지난 2월 제19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자로 28세 류성실 작가가 선정되자 미술계는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 패션업체 에르메스 재단이 후원하는 이 상은 신진 작가에게 주는 상을 받거나 비엔날레에 한 번이라도 초대되는 등 일종의 ‘등단’을 거친 40세 전후의 작가에게 돌아갔다. 한데, 류 작가는 미대 졸업 3년 차의 병아리 작가였다. 미술계 사다리 공식을 깬 류 작가를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만났다.

그는 “저도 수상 소식에 퍽 놀랐다”라고 운을 뗐다. 2018년 미대를 졸업한 뒤 여러 단체전에 초대되기는 했으나 개인전은 두 번 한 게 경력의 전부였다. 수상 경력도 없다. 에아틀리에 에르메스 안소연 디렉터는 “통상 상은 과거 성과에 주목하거나 미래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은 후자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어떤 점이 국내외 인사 6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류 작가의 작품 세계는 ‘BJ 체리장’ ‘굿바이, 체리장’ ‘대왕트래블칭쳰투어’ 등에서 보듯 유튜버 세대의 감수성으로 만든 ‘B급 영상’ ‘모바일 키치’라 정의할 수 있다. 체리장의 장례식은 과로사한 가상의 BJ 체리장의 장례식을 전하고 대왕트래블칭쳰은 가상의 중국 여행지 칭쳰으로 떠나는 효도 관광을 다룬다. 심사위원들이 일종의 1인 미디어 쇼를 통해 예술과 비예술, 실제와 허구 등 기존의 이분법적 질서를 교란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준다고 높이 평가한 이유다.

류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를 나왔다. 영상으로 돌아선 이유를 묻자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조각이나 설치작품으론 표현에 한계가 있었다”며 “서사를 부각할 방법을 고민하다 1인 미디어 쇼를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유튜브를 보며 자란 세대라서 그런 형식이 자연스러웠다. 유튜브는 우리 시대의 미디어”라고 강조했다.

그의 모바일 영상이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미술로 분류되는 것은 오락적 요소 밑바닥에 비판과 회의감이 깔려서다. 그는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에 대한 비판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과로사하는 설정, 효의 상품화에 대한 조롱 등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엿볼 수 있다. 유학 다녀온 느낌을 주기 위해 체리장이라는 캐릭터 명을 쓰는 등 우리 사회에 똬리를 튼 서구 콤플렉스도 건드린다. 이런 주제를 MZ세대의 감수성으로 표현한 데 신선함이 있다.

작가 스스로 작품을 전시하는 플랫폼으로 모바일을 선택한 것도 미술계에 대한 도전이다. 그는 2019년 정부 지원금을 받아 첫 개인전을 했다. 1년여 준비한 작품의 전시 기간은 겨우 2주였다. 더 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볼 수 있는 전시 플랫폼을 고민하다 웹 개인전을 지난해 열었다. 오프라인에서 선보인 영상 작품도 모바일로 바꿔 올린다. 체리장 연작으로 준비해 5개월 전 올린 ‘고 체리장 1주기 장례식(희귀영상)’은 조회수 17만회를 기록했다. 수상 기념전은 내년 가을에 열린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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