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입어도 금융당국 “나 몰라라”… 환불 받을 길 멀고 험하다

[주린이 울리는 리딩방의 실체] ② ‘텔레그램’도 모르는 금감원


‘전액 환불’ 조건을 믿고 현금 300만원을 내고 ☆☆스탁 주식 리딩방에 들어갔다가 4일 만에 가입비 대부분을 날린 경수씨(‘[리딩방의 실체①] 괴롭힘은 이렇게 시작됐다’ 보도). 그는 업체 측의 ‘배 째라’식 대응을 참을 수 없어 계약 분쟁 구제 기관인 한국소비자원에 도움을 청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7일 이내 계약 철회권은 소비자 고유 권한이고, ☆☆스탁이 내세운 과도한 위약금 조항이 ‘약탈적 조항’이라고 호소했다.

사흘 뒤 소비자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경수씨를 좌절케 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악덕 업체에 걸리셨다”며 “리딩방 업체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어 환불 구제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원이 소비자와 업체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내용을 업체가 따르도록 강제할 권한은 없다”며 “업체가 소비자원의 권고를 무시하면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로 넘어가는데 현재 피해 사례가 워낙 많아 위원회 판정까지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분쟁조정위원회에 넘어가더라도 ☆☆스탁 측에서 경수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소비자원은 해당 사건에 더 이상 손 댈 수 없다는 게 소비자원 측 설명이었다. 이 경우 경수씨의 선택지는 맞소송뿐이었다. 하지만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만 리딩방 가입비였던 300만원 이상이 들 뿐 아니라, 소송 기간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릴 게 불 보듯 뻔했다.

포기한 소비자원과 무너지는 사람들

별다른 선택지가 없던 경수씨는 소비자원의 중재 절차에 따라 원만히 해결되길 기다렸다. 그러나 한 달 뒤 날아온 법원 등기 한 통은 또다시 그를 충격에 빠트렸다. ☆☆스탁이 경수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VOD를 구매하는데 동의해놓고 환불을 요청하는 것이며, 업체가 돌려줄 환불액은 VOD가격과 4일간 사용료를 제외한 38만원 뿐이라는 취지였다.

우려했던 대로 소비자원이 절차에 따라 환불을 권유하자, 업체 측이 선제적 소송을 제기해 절차 무력화에 나선 것이다. 소비자원은 “소송이 진행돼 더 나설 수가 없게 됐다”며 물러났다. 경수씨가 “피해자가 많은데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에 통보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소비자원은 “수사 부탁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수씨와 달리 현금 대신 카드로 가입비를 결제한 이들은 소비자원을 통해 전액 환불을 받기도 했다. 소비자원은 결제대행사나 카드사에도 분쟁 조정 사실을 알리는데, 다툼에 휘말리기 싫은 이들이 해당 결제건을 일단 취소해서 환불이 이뤄지는 식이다. 그러나 열이면 열, 2~3개월 뒤 업체는 해당 소비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걸었다. 그러면 카드 취소를 통해 받은 환불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 경우에도 소비자원의 입장은 “민사 소송은 개인간 문제라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금지 행위만 규정해 놓은 금감원


실망한 경수씨는 ☆☆스탁 측이 “금감원에 등록된 공식 업체”라며 가입 권유한 것을 떠올렸다. 금감원이 업체의 불법성을 인지하고 제재를 가하면 해결되리란 기대에 올 초 금감원에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며칠 뒤 경수씨에게 연락한 금감원 조사역의 첫 마디는 “죄송하지만 텔레그램이 뭔가요? 메신저인가요?”였다.

경수씨는 황당해하며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이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 및 보고 매뉴얼’에서 금지한 행위가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금감원 매뉴얼에는 리딩방 같은 유사투자자문업체가 하면 안 되는 행위로 일대일 투자자문, 무인가 투자매매나 중개업, 수익률 관련 거짓·과장 광고, 주식 불공정거래행위, 부당한 환불제한 등이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길시 과태료 부과, 징역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돼 있다.

일대일 투자자문에 가까운 리딩을 제공하고, ‘스탁’이란 상호를 사용해 소비자로 하여금 투자자문업으로 인식하게 한 ☆☆스탁의 행위는 금감원이 명시한 금지 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스탁은 단순 신고업체인데도 금감원에 등록된 정식 업체라 했고, 환불 규정 곳곳에 함정을 파서 정당한 환불 요청을 거부한 것은 불공정 영업에 해당한다는 게 경수씨 주장이다.

그러나 금감원 조사역은 허무하게도 “그건 단순 매뉴얼일 뿐 법적 기준으로 활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금감원이 단속 또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경수씨의 신고는 정식 접수도 되지 않았고, 단순 제도 개선 요구 민원으로 처리됐다.

“발 빼는 금융 당국 어떻게 믿겠나”

경수씨 같은 리딩방 피해가 속출하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29일부터 6월 30일까지 ‘민생금융범죄 집중대응기간’을 선포하고 각종 테마주 전담조사팀을 가동시켰다. 금감원도 5일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며 일제·암행 점검을 확대 실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감독기관으로서 제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관망하는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직원이 직접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 불법 행위 여부를 지켜보는 ‘암행 점검’이나 업체 홈페이지, SNS 등에 올라온 게시물을 외부에서 모니터링하며 단속하는 ‘일제점검’으로는 수천 개에 달하는 업체를 단속하기가 불가능하다.

금감원이 발령한 소비자 경보도 가장 낮은 단계인 ‘주의’에 그쳤다. 금감원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해 아니라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면서 “손실보전·수익보장 약정은 보호받을 수 없으니 가입 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먼저 당부드린다”며 소비자 책임을 유독 강조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제도적 허점이 있다면 보완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이 사태를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보고 있다.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면서 “신고는 받아둔 채 놔두면서 사태를 방조한다면 소비자들이 금융당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주린이 울리는 리딩방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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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환불 요청하니 콘텐츠 차감·정가 핑계·잠적… ‘오리발 본색’
▶④“리딩방 속 당신도 ‘주가 조작’ 공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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