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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계기 온-오프 수업 병행”… 일하다 ‘그릇’ 깬 교육부

[이도경의 에듀 서치] 온라인수업 안정 불구 기능 추가하다가 탈나

코로나19 국내 발생 후 1년 넘게 전국 초·중·고교에서는 교사가 카메라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인터넷 화면으로 이를 시청하는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국민일보DB

교육부가 오후 3시면 출입 기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이 있습니다. ‘공공학습관리시스템 운영 현황’이란 제목의 이메일입니다. 코로나19 2년차를 맞아 정부가 원격수업용으로 지원하고 있는 공공학습관리시스템인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의 이용 현황이 담겨 있죠. 자료 말미에 두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e학습터에는 늘 ‘금일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돼 있죠.

반면 온라인클래스는 설명이 좀 깁니다. “콜센터,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접수되는 불편에 비상 상황실 중심으로 신속히 대응하며 조치 중.” 온라인클래스는 여전히 현장에서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고 있다는 말을 이렇게 에둘러 하는 겁니다. 교육부 담당자를 만나보니 “e학습터처럼 온라인클래스에도 ‘금일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써서 보내고 싶어요. 너무너무요”라더군요.

한마디로 교육부가 사고 친 것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지난해 갑자기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해야 했을 때는 우왕좌왕해도 어느 정도 양해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년차인 올해는 그동안 뭐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죠.

수업에서 원격수업용 도구가 말을 듣지 않을 때 교육 현장의 혼란을 직접 목격한 일이 몇 번 있습니다. 단지 5분 먹통이 됐을 뿐인데 다시 학생들이 모이고 교사가 수업 분위기를 다잡는데 수업시간의 3분의 1 이상 날아가더군요. 다급해진 교사는 준비해온 내용을 마구 풀어내고 학생들은 집중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수업이 엉망이 됩니다.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 수업보다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하죠. 온라인클래스를 운영하는 EBS, 그리고 교육부를 향한 교사들의 원성은 당연한 것이죠. 게다가 교육부는 온라인클래스 안정화 시기에 대해 “다음 주” “다음 달”이라고 말을 바꾸다가 앞으로는 안정화시기를 언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양치기’가 된 거죠.

왜 이렇게 됐을까요. 당초 온라인클래스는 규모가 작은 학습 플랫폼이었습니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닥친 온라인수업을 위해 대폭 확장했죠. 이 과정에서 시스템이 불안정해졌습니다. 컨테이너로 임시로 지어놓은 구조물이 하나 있었는데 급하게 수용 인원을 늘린다고 컨테이너 수백~수천개를 이어붙였다고 할까요. 곳곳에서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부랴부랴 대기업에 전문 인력을 요청해 간신히 안정화시켰습니다.

지난해 2학기에 온라인클래스가 안정화되는 걸 본 교육부 사람들, 욕심을 부립니다. 코로나19는 선진형 수업 방식인 블렌디드 러닝(온·오프 병행 수업) 등을 학교 현장에 빠르게 뿌리내리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 듯합니다. 그래서 학생과 교사들이 공공학습관리시스템에서 구현해 달라고 요구했던 기능들을 하나라도 더 탑재하려고 했습니다. 실시간쌍방향 수업에 시간표 기능, EBS 동영상 편집 기능 등을 추가합니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시스템인데 이런 기능들이 추가돼 탈이 난 것이죠. 지난해 학교 현장에서 많이 쓰인 ‘줌’은 유료화를 예고했고, 구글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쓰면 국내 학생의 데이터가 외국 기업에 넘어가는 부분도 정부로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제도적인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이유로 공공 소프트웨어 도입 시 기술력이 입증된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제로 지난해 차세대 지방교육행재정통합시스템(K-에듀파인) 구축 당시 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교육부는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구축에서는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 달라고 네 차례나 과기부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모두 거절 당했습니다. 교육 행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며 민감한 학생 개인정보까지 들어 있어 잘못되면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나섰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국가 안보 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답니다. 온라인클래스를 둘러싼 학교 현장의 혼란은 온라인클래스 구축을 맡은 업체의 역량 부족과 교육부 과욕의 합작품으로 보입니다. 중소기업 육성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학생과 교육 현장의 희생을 발판 삼아서는 곤란하겠죠.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은 잘못된 국가 인재정책의 피해가 고스란히 교육부로 돌아가고 있는 점입니다. 소프트웨어 인재 부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예고돼 왔습니다. 지금 현실로 닥쳤죠. 소프트웨어 분야는 이론보다 실무 경험이 중요하답니다. 중소기업에서 훈련되고 숙련된 인재들은 조건이 좋은 대기업으로 가게 됩니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비숙련 인력들이 채우는 구조입니다. 숙련과 비숙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량 차이는 지금처럼 사고가 터졌을 때 확인된답니다. 중소기업과 일해야 하는 교육부로선 참으로 답답한 일일 것입니다. 만약 교육부가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우수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더 많이 배출해왔다면 어땠을까요. 그래서 중소기업의 역량이 지금보다 컸다면 이런 곤욕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지 모릅니다. 뼈아픈 대목이겠죠.

어쨌든 이번에는 교육부가 일하다 그릇을 깼다고 봅니다. 학교 현장에 하나라도 더 해주려다 사고를 친 것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교육부를 취재하며 익숙하게 접했던 ‘보신 행정’과 거리가 있어서 이번에는 많이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이런 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손 보는 일 역시 교육부의 몫일 겁니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정부 부처마다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국가 인재양성 정책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보약’이 되는 실책 아닐까요.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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