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근 목사의 묵상 일침] 연약한 자들에게 맡기신 위대한 사명


지난주 부활절 설교를 위해 마가복음을 깊이 묵상할 기회가 있었다. 마가복음이 역설의 책으로 잘 알려진 만큼, 마가복음의 부활 이야기와 그 결말 역시 역설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마가복음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가장 먼저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나셨다고 기록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격한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의 죽음에 슬퍼하며 울고 있던 제자들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께서 살아나셨다는 마리아의 말을 듣고도 믿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을지 모른다. 당시 유대문화는 여성을 증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막달라 마리아는 전에 일곱 귀신이 들렸다가 예수님께 치유받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제자들은 마리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과거를 떠올렸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이 여인에게 가장 먼저 나타내 보이셨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유력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나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예수님께서 따로 부르셔서 세우신 사도들에게 가장 먼저 보이시는 편이 여러모로 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예수님은 정반대의 선택을 하셨다. 가장 연약하고 증인으로서 영향력이 없는 여인에게 자신을 먼저 나타내셨다.

마가복음은 곧이어 시골로 걸어가던 제자들 앞에 예수께서 나타나신 일을 기록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격한 이 둘은 막달라 마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제자들에게 돌아가 이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 말 또한 믿지 않았다. 유대인들은 성경을 따라 2~3명의 증인이 있으면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제자들은 이들의 증언을 무시했다. 그들의 불신앙이 단지 증인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점점 선명해진다.

결국에는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들 앞에 직접 나타나신다. 그리고 그들의 불신과 완악한 마음을 꾸짖으신다. 마가는 이를 통해 누구보다 먼저 예수님의 부활을 믿어야 했을 열한 제자들의 불신앙과 연약함을 강조해 드러낸다. 부활 목격자들의 증언을 믿지 못했던 제자들의 모습은 ‘어떻게 사도들이 저럴 수 있나’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이것이 마가복음이 보여주는 역설적 장면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아이러니가 남아 있다. 이러한 제자들의 불신과 완고함이 드러난 마당에 예수님은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 설교를 준비하는 내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구절이었다. 여기서 ‘만민’이라는 단어는 ‘온 창조 세계’로도 번역할 수 있다. 복음 전파와 선교는 우주적 사명이란 의미다. 그런데 온 세상에 전할 구원의 복음을 어떻게 이런 고구마같이 답답한 제자들에게 맡길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아이러니다.

이러한 역설을 통해 우리는 중요한 결론에 이른다. 선교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하나님의 일이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의 열심과 실력을 기대하며 이 일을 맡기지 않았다. 가장 연약한 사람들에게 이 복음을 주시고 이 일을 감당토록 하셨다. 가장 약한 자들을 통해 가장 강하신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지혜다.

이토록 연약한 사람들을 통해 만민에게 복음이 증거되어 오늘 우리가 부활의 주님을 찬양할 수 있다는 것은 예수님이 이 일의 주인이시라는 증거다. 예수께서는 이 일을 우리에게 맡기실 뿐만 아니라 우리와 세상 끝날까지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예수님은 지금도 교회와 함께 일하신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우리의 연약함에도 하나님의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복된 사명에 자격 없는 우리가 참여하고 있음에 감사하는 한 주가 되길 소원한다.

송태근 삼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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