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샛강에서

[샛강에서] 2022년 부활절을 기다리며

정진영 대기자 겸 종교국장


“아니 이게 무슨 부활절 연합예배야, 명색이 한국교회의 부활절 연합예배라는데 이런 식으로밖에 드릴 수 없다니 참 답답하네요. 코로나 때문에 예배도 제대로 봉헌할 수 없다니….”

작년 봄 코로나19 여파로 ‘2020 부활절 연합예배’가 예년처럼 추진되지 못하자 한 목회자가 갑갑한 심정을 토로했다. 2020년 연초부터 우리 곁에 다가온 코로나19는 부활절 연합예배의 발목을 잡았다. 적게는 수천명 많게는 수만명씩 모였던 대형 연합예배를 불가능하게 했다. 지난해 연합예배는 4월 12일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사상 초유의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70개 교단이 주최하고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교회연합 등이 함께해 한국교회를 상징하는 연합예배였지만 현장 참석자는 100여명에 불과했다. 교단 총회장과 총무 등을 비롯해 예배 진행을 위한 최소 인원만 입장했다. 한국교회 연합예배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축소된 행사였다. 부활절 연합예배가 시작된 이후 수십년 만에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전국 주요 도시별로 각각 열리던 지역별 예배는 취소됐다. 교회 관계자들은 2021년 부활절 예배의 성대한 부활을 기대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1년이 지나도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았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나 변형 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어제는 신규 확진자가 600명을 넘기는 등 기세가 더 강해졌다.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 역시 지난해와 비슷하게 치러졌다. 서울시청 앞 야외나 잠실체육관 등 대형 공간이 아닌 예배당에서, 대규모 인원이 아닌 대표자 중심의 소규모로 진행됐다. 지난 4일 68개 교단과 전국 17개 광역 시·도 기독교연합회가 중심이 돼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2021 부활절 연합예배’엔 흰색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이 예배당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작년보다 훨씬 많은 600여명이 참석했지만 과거의 성대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성탄절과 함께 부활절은 기독교의 양대 절기다. 성탄절이 사실상 세상의 축제가 돼 버린 요즘, 교회가 특히 각별하게 맞는 축일이 부활절이다. 그런 만큼 한국교회는 부활절 연합예배에 엄청나게 공을 들인다. 교회와 교단, 연합기관이 힘을 모아 가장 역점을 두고 준비하는 모임이다. 무엇보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분열의 상징으로 여겨진 한국 개신교가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한마음으로 ‘연합’해 교회와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낸다는 의미가 있다. 한동안 진보와 보수가 별도로 부활절 예배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근래 들어 자리를 함께해 다행이다.

부활은 기독교를 지탱하는 핵심 메시지다. 기독교가 타종교와 차별성을 갖는 것은 부활신앙 때문이다.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어둠에서 다시 살아난 예수는 그 자체가 희망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이 같은 예수 신앙을 분명하게 증명하는 현장이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부활절 연합예배는 한국교회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했다. 한국교회가 한 해의 사역 방향을 어떻게 삼을 것인지, 교회가 짊어져야 할 책무가 무엇인지, 한국 사회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지 등을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선언하는 것이다.

‘2021 한국교회 부활절 선언문’은 개교회주의를 극복하는 동시에 사회의 고통에 동참하며 기독교 진리의 보편성에 뿌리를 둔 복음의 사회적 지평을 넓혀가는 건강한 교회가 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한국교회는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자립 교회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교회를 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2022년 부활절 연합예배’에서는 한국교회와 사회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늘이 걷히고 진정한 부활 소망이 선포되기를 바란다.

정진영 대기자 겸 종교국장 jyj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