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100만원으로 ‘큰 것 한방’ 투자한 자영업자들

가상화폐·주식 등 사용… 희비 교차
“생계수단” “현금지급 폐해” 팽팽


서울 강동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37)는 지난달 받은 4차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가상화폐에 쏟아부었다. A씨는 투자로 2배 가까운 수익을 얻었고, 최근 가상화폐 수익금으로 밀렸던 물건 대금을 지불할 수 있었다. A씨는 7일 “비트코인 가격이 한창 오를 때는 음식 세트 1개를 만드는 동안 10세트를 판매한 매출만큼 올랐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는 뭐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는 생계수단”이라고 토로했다.

A씨처럼 재난지원금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에는 재난지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투자’에 나선 이들은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지만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임대료 및 공과금 등의 목적성 지원이 아닌 현금 지원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모든 투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프리랜서 B씨(30·여)는 최근 받은 재난지원금을 대기업 주식에 ‘올인’ 했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이 기업의 주가는 최근 하루 만에 4%가 넘게 빠졌다. 그는 “원룸 월세 납부일이 오는 10일인데 지금이라도 주식에 넣어놓은 지원금을 빼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재난지원금만으로는 생계나 가게 유지가 불가능하므로 궁여지책으로 투자에 나섰다고 했다. A씨는 “마음대로 쓰라고 준 돈이 아닌 줄 안다”면서도 “100만원 정도의 재난지원금으로는 가게 운영을 위해 끌어다 쓴 대출금을 갚기엔 턱없이 부족해 투자를 선택했다”고 항변했다.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42)도 “매출이 연일 바닥을 찍고 있어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를 해서라도 빨리 손해를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등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재난지원금으로 투자를 할 정도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것”이라며 “왜 지원금을 줘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본인이 건물주가 아니고서는 재난지원금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거나 “(투자로) 손해를 봤으면 그것도 지원해 달라고 할 것이냐”는 등 냉소적인 반응이 많았다.

정부의 일괄적 현금 지원 방식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자영업단체 관계자는 “자영업단체들은 꾸준히 임대료와 공과금, 대출이자의 축소·감면 등을 요구해왔다”면서 “현금으로 지급하다 보니 지원금이 정책 의도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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