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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이코패스 아니다” 프로파일러 3인 김태현 진단

“질투와 집착이 병적으로 강해 상대에 대한 심각한 불신 가져”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는 모습. 큰딸이 종종 찾았던 이 PC방에 약 13분 동안 머문 김씨는 피해자 주거지로 향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신상공개된 김태현.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구속)에 대해 프로파일러들은 김씨가 ‘관계 망상증’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씨가 큰딸을 연인으로 생각했고 그 망상 속에서 복수심을 키워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의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동안 사이코패스로 분류된 연쇄살인범과 김씨는 다른 범죄 패턴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관계 망상증’은 상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망상 속에서 피해의식을 키워나가는 ‘편집성 인격장애’다. 이 질환자는 질투와 집착이 병적으로 강하며 상대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갖는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7일 “편집성 망상이 있는 사람들은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집착하는 증상을 보인다”며 “망상 속에서 피해자에 대한 복수심을 키워 범행을 저지른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김씨가 피해자인 큰딸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착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긴밀한 관계의 여자로부터 무시당했다는 피해망상이 범죄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이코패스 성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이 교수는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이 ‘공감능력의 결여’인데, (김씨는) 몇 시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범행한 데다 현장을 떠나지도 않은 것으로 볼 때 동정심 등 감정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봤다.

사이코패스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흔히 사이코패스로 분류된 연쇄살인마들은 한 달 혹은 1년 같이 간격을 두고 타깃을 정해 동일한 유형의 범죄를 저지른다”며 “어떤 특징을 가진 여성을 대상으로 사냥하듯 범행을 저지른 유영철, 강호순 등이 그 예”라고 했다.

임 교수는 “반면 김씨의 행위는 짧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큰딸의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살해하는 등 특정한 대상을 상대로 한 범죄가 아니어서 조금은 다른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증거를 인멸하고 범죄 현장을 빠져나가는 통상적인 범죄자의 행동방식과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살해 후 자해를 시도한 행위도 연쇄살인범과 같은 범주에 묶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시신 3구와 함께 집안에서 사흘간 머물렀던 김씨의 행위가 피해 여성(큰딸)에 대한 애착에서 기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 교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의 시신과 함께 있기 위해 범행 현장에 남아 있는 피의자의 사례가 미국에서 보고됐는데, (김씨 또한) 큰딸에 대한 감정 때문에 머물러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죽은 이들에 대한 심리적 연민이나 미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공 교수는 “가정폭력에서도 살인을 저지른 뒤 두려움에 시신 처리를 못하고 방치한 채 머무는 경우가 있다”며 “범행 후 두려움에 죽으려다 죽을 자신도 없어 며칠간 궁리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김씨에게 성범죄를 포함한 전과 3건이 있다는 사실도 범행과 무관하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교수는 “범죄자의 성적 동기가 성폭행 등 행위를 통한 만족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며 “피해 여성과 만남에 대한 기대에서 성적 판타지를 가졌을 수 있고, 자기 통제 아래에 둔 채 여성을 살해하는 과정에서도 쾌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했다. 김씨가 저지른 범죄 행위에 그가 가진 성도착증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강보현 임송수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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