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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나쁜 패배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4·7 재보선이 끝났다. 이변은 없었고, ‘숨은 진보’도 없었다. 이번 선거는 오세훈·박형준 후보의 승리가 아니고, 박영선·김영춘 후보의 패배도 아니었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성난 민심의 결과였다. 박형준 후보는 당선 확정 직후 “시민의 뜨거운 지지가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쉬웠던 패배가 있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공천을 거절하고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던 노무현 후보의 패배가 그랬다. 21대 총선 대구에서 재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김부겸 전 의원은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울림이 작지 않았다. 이번 민주당의 재보선은 결과도 좋지 않았지만 과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 과정이 나쁜 패배였다.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입법권을 선거에 이용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누가 봐도 부산 선거를 겨냥한 노골적인 입법이었다. 대형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국가의 기본 원칙을 선거용 입법으로 무너뜨린 대표적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대다수 언론이 특별법 통과 과정을 비판했고, 정부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국회의원마저 “이건 아니다”라고 탄식했지만 이런 목소리들은 외면당했다. 문 대통령은 법안 통과 하루 전에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찾아 법 통과를 재촉했고, 신공항에 반대했던 국토교통부를 질책했다. 대통령의 질책에 “송구하다”고 했던 변창흠 장관은 지금 퇴임 날만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은 가덕도 카드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남은 것은 공사비로 투입될 수십조원의 세금과 “우리는 핫바지냐”는 다른 지역의 원망뿐이다.

LH 직원 투기 의혹으로 폭발한 부동산 사태는 여권 재보선 참패의 핵심 원인이었다.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에서도 우왕좌왕했다. 부동산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기조를 바꾸는 것이다. 한 달 만에 될 일이 아니었지만 민주당은 너무 쉽게 방향을 틀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9월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 요청에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는 시그널(신호)을 절대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선거를 9일 앞둔 지난달 29일 “서민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LTV,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상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쉽게 바꿀 것이라면 그동안은 왜 그리 완고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은 공공개발이 큰 원칙이다. 공공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LH다. 투기 의혹의 진원지가 개발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아연할 뿐이다. 이제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문재인정부의 대표 개혁 메뉴는 검찰이었다. 검찰 수사권을 제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 분산하는 게 골자다. LH 투기 의혹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정부는 검사·수사관 500명 이상을 부동산 투기 수사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검찰의 직접 수사는 법으로 제한된 상태다. 올해 1월 1일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됐고,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은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범죄 등 6대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 LH 투기 의혹과 관련된 범죄 혐의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 내에 포함되지 않는다.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추진하던 게 얼마 전인데, 갑자기 법의 범위를 넘어 검찰의 수사를 독려한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코미디에 가깝다.

지난 한 달간 불리한 선거에 쫓긴 정부와 민주당은 입법과 부동산, 검찰개혁 사안을 뒤흔들 조치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약속했다. 사회 전체가 둘로 나뉘며 싸웠던 주제들이 이토록 쉽게 뒤집힐 수 있는 사안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전투에서 가장 피해가 많이 나는 시점은 퇴각할 때라고 한다. 피해를 최소화하며 퇴각하는 일은 전투에서 승리하기보다 어렵다고도 한다. 그 어려운 질서 있는 퇴각에 민주당은 실패했다. 여권이 반성과 쇄신으로 당분간 시끄러울 모양이다. 한쪽에서는 통렬한 반성, 한쪽에서는 확실한 개혁의 두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이다. 반성도 좋고 더 나은 개혁도 좋은데, 먼저 할 일은 선거 때 내놓았던 많은 혼선들을 수습하는 일이다. 수습이 없으면 나쁜 패배가 되풀이된다.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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