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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부동산, 의도와 결과

김현길 문화스포츠레저부 차장


지난달 나온 ‘주택과 세금’은 도서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이례적인 존재다. 주식·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독자를 유혹하는 재테크 책과 꾸준히 인기를 끄는 SF 소설, 세계적 팬덤을 거느린 교수의 자기계발서 등이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가운데 정부가 펴낸 이 책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후에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의 돌풍에 가까운 인기는 낯설면서도 씁쓸하다. 여기엔 우선 잦은 부동산 정책으로 세무사들조차 세금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어진 현실이 놓여 있다. 동시에 정책에도 불구하고 잡히지 않는 집값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이 크고 광범위하다는 뜻도 된다. 차익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면 세금에 관심을 둘 필요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7일 재보궐선거 결과를 가른 핵심 키워드도 부동산이었다. LH 사태와 청와대 및 여당 인사들의 전월세 재계약 ‘내로남불’ 논란이 기름을 끼얹었지만, 그 전부터 악화된 부동산 여론은 발화점을 크게 낮춘 상태였다. 지난달 나온 ‘다시 촛불이 묻는다’에 실린 ‘부동산공화국 해체를 위한 정책전략’은 국민이 부동산 문제에 감정이입하는 배경을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이 글에서 토지 자산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가 2018년 0.809에서 2019년 0.813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전 교수는 “지니계수가 0.8을 넘는다는 것은 불평등이 심각한 상태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임금소득, 사업소득, 기타소득은 2016년 이후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력이 하락하거나 정체된 반면 부동산소득이 불평등에 미친 영향력은 크게 증가했음을 드러낸 자료도 인용한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내세운 정권에서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를 성적표로 받아든 것은 여러모로 아이러니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 초인 2017년 7월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기획재정부에 피자 한 판씩을 쏘겠다”고 했지만 피자의 주인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실제로는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었다’는 인터넷 논객 ‘삼호어묵’의 글이 큰 호응을 얻어 책으로 출간되는 일도 있었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낮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사실 의도에 어긋나거나 반하는 결과를 가져온 정책 사례는 역사 속에서 무수히 찾을 수 있다. ‘다시 촛불이 묻는다’와 비슷한 시점에 출간된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는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된 금주법을 비롯해 산불 예방 정책이 오히려 더 큰 산불을 불러온 사례 등 의도와 다른 결과를 가져온 여러 사례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연구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한 방안도 제시한다. 재밌는 점은 이를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입할 때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저자는 먼저 단순하고 깔끔한 해결책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장기적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를 감안할 때 정권 초기 다주택자 등 ‘투기 세력’에 초점을 맞춘 수요 억제책의 적절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던 초기 입장과 달리 가구 분화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최근의 입장은 결국 1주택자의 수요를 고려치 못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정권은 정책 변경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위해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곱씹을 만하다. 정권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국토교통부 장관을 여러 비판 여론에도 3년 넘게 끌고 간 것이나 올 들어 대대적인 공급을 포함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 단적인 예다.

김현길 문화스포츠레저부 차장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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