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공멸 위기감에 LG·SK 2조 막판 합의

현금 1조, 로열티 1조원 등 지급
양측, 향후 10년간 소송 않기로
바이든 거부권 결정 전날 타결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 넘게 이어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과 관련해 11일 극적으로 합의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을 지급한다. 양사는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앞으로 10년간 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양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이날 발표했다. 합의금 2조원은 배터리 업계 소송에서는 최대 규모이고, 글로벌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도 가장 많은 금액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는 미국에 체류 중인 김준 사장과 서울에 있는 김종현 사장이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과 만난 적은 있으나 합의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양사는 설명했다.

2019년 4월 29일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두 회사의 싸움은 713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무엇보다 갈등이 계속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막판 극적 합의를 이끈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합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 하루 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합의금으로 3조원 미만은 안 된다던 LG에너지솔루션은 1조원을 양보한 셈이고, 1조원 이상은 어렵다던 SK이노베이션은 1조원을 더 지불하는 것이다.

두 회사 모두 당장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날리는 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였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합의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었다. 또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결과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여기에 폭스바겐이 중국 업체의 ‘각형’ 배터리 사용을 선언하는 등 K배터리 전체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양사가 합의하는 데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한국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SK이노베이션과)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도 “미국 배터리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면서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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