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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숭숭’ 스토킹처벌법… ‘노원 세 모녀’ 참변 막았을까

22년 만에 법안통과… 9월 시행
‘반의사불벌죄’ 삭제 안되는 등
“범죄 특성 반영 안돼” 우려 나와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김태현(25) 스토킹 살해 사건 이후 확산하고 있는 ‘김태현 포비아(phobia·공포증)’의 대책으로 오는 9월 시행될 ‘스토킹 처벌법’이 제시된다. 일찍 시행됐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안타까움과 함께 법안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범죄분석관 4명은 전날부터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분석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김태현에게 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과 살인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지난 9일 서울 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지만 여성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태현이 우연히 노출된 택배 상자를 통해 주소를 파악한 것을 두고 온라인에선 ‘택배 송장 지우려면 알코올보다 향수가 낫다’는 식의 정보도 퍼지고 있다.

사건 내용이 알려진 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스토킹 처벌법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해당 법률은 벌금 10만원에 그쳤던 처벌 규정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공교롭게도 법안이 22년 만에 통과된 지난달 24일은 세 모녀가 사망한 다음 날이기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법의 보호를 받았다면 이번 사건은 없었을 수도 있다”며 “폭행 등이 없어도 접근금지 조치나 구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법안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먼저 여성계 반발을 샀던 반의사불벌죄(피해자 동의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범죄)가 삭제되지 않았다. 김도연 데이트폭력연구소장은 “스토킹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스토킹은 가까운 사이에서 벌어져 협박·회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여성의전화가 2018년 발표한 스토킹 피해사례에 따르면 스토킹 가해자의 97.4%는 피해자와 친분이 있었다. 김 소장은 “피해자에게 처벌 여부를 묻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속적·반복적 괴롭힘’ 규정 역시 모호하다. 김태현이 A씨를 스토킹한 기간은 3개월 정도다. 신고로 이어졌다면 지속·반복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대로라면 이번 사건처럼 스토킹 초기 단계에 범죄가 발생할 경우엔 막기 어려울 것”이라며 “스토킹은 재범률이 높아 초기에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도 “김태현은 앞서 두 차례나 스토킹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전조를 보일 때 미리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법에 ‘몇 회 이상’ 식으로 명시해 놓으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며 “판례가 축적된 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근 금지와 관련해 지속 기간이 최장 6개월로 명시됐는데, 범죄 특성상 짧다는 우려도 있다. 위반 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6개월 이후로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접근 금지 조치 위반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과태료만 물리고 있으나 상습 위반 시 구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 처벌보다 피해자 신변 보호 요구가 더 큰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처럼 거주지 노출 문제가 있어 쉼터 제공 등 현실적인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전성필 박장군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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