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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구 칼럼] 최악의 선거, 최악의 수습

여권, 무리수와 퍼주기까지
총동원하고도 최악의 성적표
받아 명분도 실리도 다 잃어

촛불 주도한 도덕적 우월감에
빠진 오만과 국정독주가 원인

패배 수습의 출발점은 통렬한
반성… 강경파 휘둘려 유권자
또 외면하면 최악의 선택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에 최악이었다. 무리수와 퍼주기, 네거티브 같은 온갖 흉물스러운 수단을 동원하고도 참패했다. 여당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자당 출신 두 시장이 성추문으로 낙마했는데 후보를 낸 것이 잘못이었다. 당내 이론도 있었겠지만 1년 임기의 광역단체장을 뽑는 선거라면 아예 정의당처럼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떳떳했다. 정치 신의를 저버리고 시행해보지도 않은 당헌 규정을 바꿀 지경이었다면 더더욱 안목이 긴 정치를 택하는 게 나았다.

불리한 조건에서 출발했으니 선거 과정에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가덕도가 다시 떠올랐고 이를 되살리려 날림 입법 과정을 거쳐야 했다. 대통령이 국회 표결 직전 현장을 찾는 일이 벌어졌다. 선거전은 이전투구였다. 거짓말 논쟁으로 밤낮을 보냈고 여야 간 고소·고발이 횡행했다. 대구와 부산을 이간질해 지역색을 부추기는 망언까지 나왔다. LH 사태와 여당 의원의 부동산 관련 부적절한 처신까지 드러나면서 패배가 확정됐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여당은 결국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과연 이런 길을 걸었을지 의문이다. 그는 1998년 7월 재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서울 종로구에 당선됐다. 하지만 1년 9개월 뒤 16대 총선 때는 종로구를 고사하고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다. 호남 기반이던 소속 정당의 “지역주의 벽을 넘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하고 스스로 고배를 마셨다. 그는 당내에서도 비주류의 길을 자청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해 88년 13대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3당 합당을 ‘밀실 야합’이라 비판하며 합류하지 않았다. 정계를 은퇴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95년에 복귀했을 때도 ‘전근대적 정치’라며 합류를 거절했다. 명분 없는 정치를 뿌리치고 험로를 불사한 이런 모습은 여러 차례 낙선을 가져왔고 ‘바보’라는 별명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의 앞에서 눈앞의 손해를 감수한 정치 역정은 자산이 돼 대통령이 됐다.

여당이 노 전 대통령이라면 걷지 않았을 법한 길을 선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나, 21대 총선에서 부여받은 과반 의석이 독배가 됐을 공산이 가장 크다. 당초 여당은 조국 사태 여파로 선거를 걱정했지만 예상외의 큰 승리를 거뒀다. 이후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각종 입법을 독주했다. 법무부 장관의 무리수가 남발됐고 공백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수사권력 개편은 정상속도를 지나쳤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조국 사태를 용인한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 잠복했을 뿐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조 전 장관, 이에 대한 수사를 오히려 적폐로 모는 행태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이번 재보선에서 확인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력 대권 후보로 떠오른 건 이번 선거의 전주곡이었다.

이제 참패한 여권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앞으로 당을 어떻게 운영하고, 국정과 의정을 이끌지 주목된다. 하지만 아직 국민이 기대하는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초선 의원들이 오만과 독주에 대한 반성문을 쓰자 강경파들이 ‘초선 5적’ ‘촛불정신 모독’ 등의 문자폭탄으로 몰아세웠다. 강경파의 행태는 ‘아큐정전’에 나오는 정신승리법을 연상시킨다. 아큐는 건달들에게 얻어맞고도 자기 아들에게 맞았으니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존심 상하는 일을 당하면 어떤 이유든 만들어 남 탓으로 돌리고 자기를 합리화한다.

여당 강경파들은 촛불 시위의 주도 세력으로서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촛불에 대해 유권자들은, 숱한 희생이 따랐던 70·80년대 민주화운동과 달리 부채의식이 없다. 오히려 촛불을 받든다면서 기득권을 누리는 게 아닌지, 나라를 이끌 실력은 있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촛불을 앞세운 국정 독주가 전 정권의 국정 농단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주시한다.

여권에 지금의 위기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이번 실패는 대선에서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야당이 승리에 취해 실책하면 더욱 유리하다. 다만 그 길의 출발점은 반성이다. 강경세력에 끌려 통렬한 반성을 외면하면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정치와 선거는 결국 중도층을 놓고 벌이는 게임이다. 여권이 얼마나 자신을 객관화시켜 되돌아보고 유권자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전당대회를 앞둔 여당에 필요한 건 ‘질서 있는 수습’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반성’이다.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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