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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 따라 글로벌 경제 회복도 양극화

팬데믹 시대 세계 경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1일(현지시간) CBS ‘60분’에 출연해 미국 경제가 지금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호조 전망에도 불구하고 세간에서 걱정하는 인플레 우려는 없다는 점을 더욱 극대화해 이같이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용상황이 빠르게 호전되는 것도 낙관적 전망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선진국은 ‘회복’ vs 신흥국은 ‘피멍’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발표한 연례 세계경제전망에서 미국 경제가 올해 6.4% 성장하는 등 세계경제가 6.0% 성장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0월의 5.2%보다 0.8% 포인트나 전망치를 올려놨다. 수치상으로 보면 6개월 사이 비관적 전망에서 낙관적 전망으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불균등한 회복의 관리(Managing divergent recovery)’라고 쓰여진 보고서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그리 낙관적이지도 않다. 선진국과 신흥국간 회복 속도의 격차 때문이다. 보고서는 선진국 경제가 2024년까지 펜데믹 이전의 -1%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2019년에 비해 3.3%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회복속도다. 반면 신흥국은 펜데믹 이전 수준에 4%가량 뒤처질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신흥국 경제가 선진국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과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1인당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예상 손실도 선진국은 2.3%에 그친 반면 저소득국가와 신흥시장이 각각 5.7%, 4.7%로 배 이상 손실이 벌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선진국과 후진국간 백신 보급 속도의 차이가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은행과 유니세프 분석결과 인구의 100% 이상 백신 공급계약을 한 국가들 대부분이 고소득 국가가 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백신 접종속도가 당초 예상의 배로 증가했다. 당초 이달 30일까지 1억명 접종을 목표로 했으나 추세대로라면 인구의 3분의 2가량인 2억명 달성도 무난해 보인다.

이는 빠른 성장률 전망으로 직결된다. IMF가 선진국들 가운데서도 2023년까지 미국과 캐나다를 실질 GDP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초과하는 나라로 지목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다는 것은 과열을 뜻한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 걱정없이 모든 가용자원을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그런데 실질 성장률이 이를 넘어서면 인플레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올해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부양책에 다른 유동성 증가로 약세를 보였던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달러값이 올라간다는 것은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자국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자본이 유출된다는 의미다. 브라질 러시아 터키 등이 정책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는 것은 자본 유출 우려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로빈 브룩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선진국들의 경기전망이 개선될수록 신흥국에 가해지는 압박은 심해진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런 신흥국들이 겪는 고통은 나몰라라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3차에 이어 4조 달러 가량의 부양책을 쏟아부음으로써 자국의 완연한 성장세 회복이라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근저에는 30년만의 6%대 이상 고성장을 통해 세계경제 리더십을 되찾아 오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12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CEO 서밋’을 열어 반도체 공급망 대책을 논의한 것도 중국에 빼앗긴 제조업 생태계 우위를 탈환하기 위해 주변국가들을 줄세우기하려는 ‘신냉전’ 구도 전략이다. 중국에는 지적재산권을 위반한다며 사사건건 규제해 온 태도와는 달리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지재권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미국인 일자리를 위한다며 눈감은 것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급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인플레 논쟁

그동안 1.7%대를 치고 올라갔던 10년만기 미 채권 수익률도 4월 들어 1.66%대로 안정세를 보이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도 크게 줄어들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2,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가계소비성향을 분석한 결과 25%로 1차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아직 코로라19로 억제된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또 2조달러 가량의 가계 초과저축 가운데 일부만을 소비로 사용해 실물 인플레를 유발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실업률이 현재 6%에서 3~4%대로 회복하고 팬데믹으로 유발된 구조적 실업이 해소돼야 진정한 소비 회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그동안 기대인플레보다 실질 인플레가 항상 작았다는 내용의 보고서까지 발표해 인플레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인플레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9일 발표한 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 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2%로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재고와 배달지연에 따른 현상으로 생산자 물가가 소비자 물가로 급격히 전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지만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13일 발표될 소비자물가도 당초 전망치인 1.7%를 훨씬 웃도는 2.5%로 예상되고 있어 미국 국채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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