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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포레스트 검프와 핑퐁외교

천지우 논설위원


약간 모자라지만 운동 능력이 뛰어난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매번 우연찮게 관통한다. 그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돌아왔을 때를 보자. 군병원에서 탁구를 배우더니 미국 국가대표가 돼서 1971년 4월 11일 중국을 방문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최초로 중국 대륙을 공식 방문한 미국인이 된 것이다.

영웅이 돼서 귀국한 검프는 TV 토크쇼에 출연한다. 그가 “중국에는 사람들이 가진 게 거의 없었어요”라고 하자 옆자리에 있던 가수 존 레논이 “소유물이 없나요(No possessions)”라고 되묻는다. 검프가 “그곳 아이들은 교회도 안 가더군요”라고 덧붙이니 또 레논이 “종교도 없나요(No religion)”라고 묻는다. 소유물도 종교도 없다는 말은 레논의 히트곡 ‘이매진(Imagine)’에 나온다. 검프가 한 말에서 영감을 얻어 이매진 가사를 썼다는 얘기다.

물론 이것은 1994년 제작된 영화 ‘포레스트 검프’ 속 허구의 이야기다. 가상의 인물인 검프가 실제 사건, 실제 인물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데서 재미를 주는 영화다. 검프가 겪는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인 ‘핑퐁외교’가 지난 11일로 50주년이 됐다. 적대하던 미국과 중국이 탁구라는 스포츠를 매개로 관계 개선을 시작한 사건이다. 미국 탁구단이 중국을 다녀온 이듬해인 19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방중했고, 7년 뒤 양국 수교가 이뤄졌다.

핑퐁외교 후 5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국력이 엄청나게 강해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하지만 지향하는 가치가 서로 다른 탓에 현재 미·중 사이는 좋지 않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서구식 자유주의·민주주의 모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구가 만든 규칙이 자국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중국 지도층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지도층은 이제 서방 세계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서구를 꺾기 위한 투쟁에 본격 나서고 있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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