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청사초롱

[청사초롱] 왜 잔소리가 많은 것일까

김영훈 (연세대 교수·심리학과)


“입만 열면 잔소리인 아내 때문에 진절머리가 나요. 하루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에요. 몇십 년째 똑같은 잔소리! 지겹지도 않나 봐요”라는 남편의 짜증에 아내는 “어디 내 말 듣기는 했대요? 아니, 하나라도 고친 것 있대요? 하나라도 고쳤으면 내가 말을 안 해요. 안 고치니까 계속 말하는 것 아니에요. 애들도 아니고 내가 매일 뭐라 그래야 하는지…”라고 응수한다.

“다투는 여인과 함께 큰 집에서 사는 것보다 움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나으니라.” 잠언 25장 24절에 나오는 성경 말씀이다. 잠언의 저자인 이스라엘 솔로몬 왕이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에 했던 이야기이다. 영어 성경에서는 ‘다투는’을 ‘quarrelsome’이라고 표현한다. ‘걸핏하면 싸우려 드는’ ‘말다툼을 좋아하는’이란 뜻이 있다. ‘다투는 여인’을 부부 관계 속에서 정의하면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잔소리가 심한 아내’를 의미한다.

3000년 전에 나왔던 이 말은 부부 관계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질문들을 가능케 한다. 첫째는, 부부 사이에서 아내가 훨씬 더 잔소리를 많이 하는 것이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일반적인 현상일까? 둘째는, 움막에서 쓸쓸히 혼자 사는 것이 더 나을 만큼 잔소리는 남편의 결혼 생활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대부분 그렇다”이다. 심리학자 앤드루 크리스텐슨 교수 등의 수많은 연구에 의하면 ‘아내가 짜증을 동반한 잔소리와 불만을 남편에게 먼저 표현하고 남편은 그 불만을 무시하고 도리어 아내를 경멸하고 비난하는 것’이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들의 전형적인 싸움 패턴이다.

그럼 왜 아내들은 짜증과 불만을 동반한 잔소리로 싸움을 먼저 시작하는 것일까? 왜 남편들은 그런 아내의 불만들을 무시하고 비난으로 대처하며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일까? 두 질문에 대한 답은 가정과 결혼 생활의 사회적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결혼과 가정생활의 구조는 절대적으로 남편에게 유리하고 아내에게 불리하다. 그래서 결혼 만족도는 남편이 아내보다 높고, 다시 태어나면 결혼을 하겠느냐의 질문에도 남편이 훨씬 더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같은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남편들이 더 호의적이다. 아내들은 다음 생애가 있다면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싶다고 한다.

어떤 구조 때문일까? 집안일과 양육에 대해 아내가 훨씬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직장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책임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크리스텐슨 교수에 의하면 그래서 아내들은 남편의 책임을 주장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진보적 태도를 지니게 되고, 남편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결혼과 가정생활에 대해 보수적 태도를 지니게 된다. 즉 아내들은 결혼과 가정생활에서 우위와 혜택을 점하고 있는 남편에게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는 또한 변화를 요구하는 잔소리로 이어진다. 잔소리는 더 좋은 삶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대응이다. 반대로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남편들은 변화를 촉구하는 잔소리를 무시하고 회피하며 방어적 태도를 지닌다. 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문제를 논의하면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

결론적으로 잔소리는 가정에서의 남편과 아내의 ‘권력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그러기 때문에 해결 방법도 단순하다. 남편이 기득권과 권력을 내려놓으면 된다. 쉽지는 않다. 아내를 통제하고 권력을 가지게 되면 아내의 잔소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득권과 권력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아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책임을 함께 나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영훈 (연세대 교수·심리학과)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