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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4월의 꿈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다시 4월이다. 노란 산수유가 고개를 내밀더니 어느새 목련, 매화, 개나리, 벚꽃이 잇따라 흐드러지게 피고 진다. 온 천지를 꽃밭으로 수놓았던 봄기운은 이제 푸른 잎으로 녹음을 짙게 물들이고 있다. 유난히 잦은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며 푸른빛을 재촉한다. 4월 한파라는 때늦은 꽃샘추위에도 온갖 새들은 사월의 녹음 속에서 재잘거리며 한바탕 흥을 돋운다. 이렇듯 자연은 세월의 여전함을 인간에게 다시금 새겨주는 듯하다. 하지만 서글프게도 우리의 상황은 지난해 이맘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는 아직도 온 사회를 짓누르고 있고, 국민을 달래야 할 정치는 여전히 민심과 동떨어진 채 서로 내 편만을 위한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년 전에 비해 나아지기는커녕 확산일로다. ‘인류의 반격’이라 여겨졌던 코로나 백신 접종은 더디기만 하고, 그사이 4차 유행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연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현행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와 수도권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밤 10시까지) 조치가 재검토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백신 확보가 갑갑한 상황이니 거리두기 상향이나 검사 확대 등 남은 카드만 만지작거릴 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재연장 등으로 수차례 반복하며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피로감은 한계에 달한 느낌이다.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절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시름 깊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권은 어떤가.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분출한 민심 읽기에 정치권은 분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흐르고 있는 양상이다. 무서운 민심을 느낀다면서 뼈를 깎는 쇄신을 하겠다고 하지만 기대난망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또 그만이겠구나 하는 냉소가 들리는 이유다.

봄기운이 절정으로 내닫고 있지만 이렇듯 4월도 혼란스럽고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주었다’고 했던 T S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를 절로 읊조리게 한다. 생식의 기쁨조차 잃고 부활의 불가능함이 시 곳곳에 묻어 있는 절망감과 암울함이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묻어나는 듯하다.

한민족에게 4월은 절망과 상실 속에서도 희망과 꿈을 잃지 않았던 그런 달이다. 일제의 모진 탄압을 뚫고 1919년 4월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됐다. 73년 전 4월에는 제주 4·3 사건이 있었고 60년 4월에는 4·19혁명이 있었다. 그리고 내일이면 세월호가 전복된 지 7년이 된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 등 희생자 304명의 유가족들은 7년 동안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잔인한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절망 속에서도 언제나 미래를 향한 희망과 웃음의 싹은 텄다. 4·19혁명은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데 불을 댕겼고, 세월호의 비극은 어른들의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를 조금씩 바로잡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박목월 ‘4월의 시’) 사월의 꿈이 가득한 날을 기대해본다.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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