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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차박

남호철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코로나19 시대 자동차 안에서 숙박하며 캠핑하는 ‘차박(車泊)’이 유행이다. 차만 있으면 어디서나 캠핑을 할 수 있고, 거창하게 장비를 마련하는 대신 최소한의 장비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다. 숲속에서 조용히 하룻밤을 지낼 수도 있고, 해안에서 일몰을 보며 잠들고 일출을 보며 눈을 뜨는 여행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가능해 코로나 시대에 안성맞춤 여행법이다.

하지만 일부 일탈 행위를 일삼는 이들이 문제다. 야영 금지 구역 등에서 무분별하게 차박을 행하는 것이 일례다. 국립·도립·시립·군립공원, 국유림, 임도, 사유지, 해안 방파제에서의 차박은 불법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임야에서의 야영과 취사는 대체로 금지한다. 해수욕장에서도 지정된 기간 외에는 야영과 취사가 불법이다. ‘해수욕장 주변이나 계곡, 공원 등에서의 야영행위 금지’라고 적힌 현수막도 아랑곳하지 않는 차박족이 허다하다.

현행법상 해수욕장, 하천, 산과 계곡 등에서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 취사 및 야영을 하거나 쓰레기를 버려 환경을 오염시킬 경우 2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산과 계곡에서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불을 피우는 것은 물론 화기를 가지고 들어가는 행위만 해도 과태료 대상이다. 적법하게 하려면 등록 야영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야영장은 대체로 1박에 2만~3만원 소요된다. 수도가 설치돼 있어 취사도 가능하다. 야영장에 대부분 콘센트가 설치돼 있어 전기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캠핑카의 장기 주차 등도 수시로 도마 위에 오른다. 이른바 ‘알박기’에 지자체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캠핑카를 강제로 이동시킬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정부가 차고지 없이 캠핑카를 사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 등록 시 차고지를 증명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법 개정일 이전에 등록한 차량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차박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큰 문제다. 종량제봉투가 아닌 일반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쓰레기를 곳곳에 불법 투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인근 주민들은 분리수거조차 제대로 안 된 쓰레기를 치우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캠핑·차박을 전면 금지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캠핑·차박 성지로 알려진 부산 기장군은 차박 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또 관할 어항과 일부 해수욕장, 호안도로 일원 공공장소에서 2인 이상 야영이나 취사, 음주 및 취식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경기도 수원시는 캠핑카의 공영주차장 사용을 금지하는 주차장 조례를 만들어 공영주차장 출입을 막고 있다. 캠핑카처럼 차량 내부에 취사 시설이 있어 발화성·인화성 물질을 적재한 차량의 출입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공영주차장 출입구에 차량 출입 높이를 제한하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강원도 양양군은 차박과 캠핑족들이 많이 찾는 지역을 대상으로 오는 6월까지 쓰레기 무단 투기와 공영주차장 장기간 점유, 공공용 수도와 전기 무단 사용 등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공영주차장과 하천변, 해변, 방파제 등 금지된 곳에서의 차박과 캠핑도 단속하기로 했다.

캠핑의 낭만으로 여겨지는 ‘불멍’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불을 피운다면 화로를 이용해야 한다. 공회전과 고성방가는 민폐다. 차박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모두 되가져오는 건 기본이다. 법으로 강제하고 차박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더 줄어들기 전에 차박족 스스로 지킬 건 지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남호철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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