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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민주당의 진짜 패인

강준구 경제부 차장


사과는 잘못을 깨달으면 즉시 해야 하지만 용서는 후속 조치를 내놓은 뒤 구하는 것이다. 숀 오마라, 케리 쿠퍼 공저 ‘사죄 없는 사과 사회’에 따르면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은 4·7 재보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책 실정과 오만함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다. 다소 늦긴 했지만 이제 그동안의 사과에 걸맞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선거 이후 패배 원인에 대한 당내 여러 분석이 있었다. ‘조국 지키기’ 등 무리했던 검찰 개혁(민주당 2030 초선 의원), 당헌·당규까지 바꿔가며 강행했던 후보 공천(초선 의원 공동), 민생 소홀(재선 의원 공동), 개혁 부진(친문 의원 다수) 등이 꼽히는 것 같다. 종합하면 대체적으로 ‘오만했다’와 ‘개혁이 부족했다’로 나뉜다. 크게 보면 전자는 민심을, 후자는 당심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무엇이 더 큰 패인이었는지는 숙고가 필요하겠으나 여기에 하나의 원인을 더하고 싶다.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소득주도성장을 관철시켰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희망도 적지 않았으나 최저임금 정책 노선에서 보듯 실패했다. 노사정 대타협과 사회적 합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파행을 시작으로 4년간 헛바퀴를 돌았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올인’하는 모험을 시도했으나 미국 정권 교체로 원점 회귀했다. ‘톱다운(Top-down)’ 정상외교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한·일 관계는 재론의 여지가 없이 악화일로다. 사드 배치 문제로 돌아섰던 한·중 관계는 복원 기미를 보이지만 하필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시기인 게 문제다. 균형외교든, 중립외교든, 실리외교든 한·미 동맹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개선해야 할 텐데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재보선에 즈음해선 역대 진보 정부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까지 터져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은 서민들의 부동산 절망감을 부채질했다. 단독으로 밀어붙였던 임대차 3법으로 전월세 가격마저 폭등하자 집 없는 설움이 전국에서 폭발했다. 부동산 ‘패닉 바잉’은 가계 대출 뇌관을 건드리고 있다. 취업도 어렵고, 취업한들 자산 양극화를 따라잡을 자신도 없으니 젊은층은 주식시장을 거쳐 코인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20대에서 젠더 갈등은 폭발적으로 커져 지난 재보선에선 20대 남녀 간 정반대의 분노 투표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가 선방해왔던 코로나19 방역마저 백신 단견으로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4차 대유행 목전이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모더나 등 정부가 자신했던 백신은 계속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민주당은 “내년엔 국산 치료제와 백신으로 세계 최초 ‘마스크 프리’ ‘코로나 청정국가’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지금은 가을 집단면역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작업은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 라인이 연이어 선보인 덜컥수와 무리수, 피의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로 ‘모신’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심은 여권이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정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권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지금, 여권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촛불 국민의 명령은 개혁뿐이었는지, 18만명 강성 당원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지, 남은 임기 동안 가능한 정책 성과는 무엇인지를 말이다. 패인이 오만함이든 개혁 미진이든 간에 무능하지 않아야 바꿀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민주당도 시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강준구 경제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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