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필요한 가정 있나요”… 교회가 주민센터에 먼저 물었다

서울 창일교회, 섬김 사역 위해 주민센터와 지원할 대상 긴밀 협의

서울 양천구 창일교회가 이웃 돕기 프로젝트 ‘봄 내음 해피박스’를 위해 준비한 장바구니(아래 사진). 성도들은 지역 주민센터가 도움을 요청한 한부모가정을 위해 직접 장을 보며 장바구니를 채웠다. 창일교회 제공

서울 양천구 창일교회의 ‘봄 내음 해피박스’는 어떻게 하면 바로 옆 이웃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봄 내음 해피박스’는 교회가 지역 주민센터와 연계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부모가정에 생필품과 학용품 등을 전달하는 프로젝트다.

특별한 것은 교회가 먼저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단 점이다. 이사무엘 창일교회 목사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교회의 대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다 신정3동 주민센터에 도움을 청했다”며 “아무래도 주민센터에 지역 자료가 있으니 뭐라도 도울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민센터는 창일교회의 연락을 반겼다. 아무래도 연말연시보다 도움의 손길이 줄어든 요즘이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신정3동 내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부모가정이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교회에서 이 가정들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창일교회는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4일까지 약 2주간 봄 내음 해피박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교회는 모금을 벌이기보단 성도들이 직접 이웃 사랑 실천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회 로비에 장바구니 30개를 비치했다. 주민센터가 도움을 요청한 가정이 30가정이었다. 이 목사는 “이웃을 위해 직접 장을 보면 그 이웃을 더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 모금보단 장바구니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성도들은 주민센터로부터 안내 받은 한부모가정에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참고하며 장바구니를 채웠다. 여건 상 장보기가 힘들었던 몇몇 성도는 헌금으로 대신했다. 교회는 이 헌금으로 참치 통조림 등을 대량 주문해 각 가정마다 나눴다.

이렇다 보니 장바구니가 흘러 넘쳤다. 애초 교회는 한부모가정 당 5만원 정도의 물품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종료 후 살펴보니 총 500만원 상당의 물품이 모였다. 프로젝트 중간 주민센터의 추가 요청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 30가정에서 37가정으로 늘었지만, 이들 모두 돕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들은 소식을 듣고 놀라워했다. 그러나 정작 놀란 사람은 누구보다 이 목사였다. 이 목사는 특히 교회가 지역 이웃사랑 나눔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 목사는 “이웃사랑 실천하는 데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며 “예수 믿는 성도가 어려움 처한 우리 이웃을 도울 수 있게 교회는 플랫폼만 돼 주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주위를 보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 돕고자 하는 분들도 많다. 다만 이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모를 뿐”이라며 “교회가 이를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이웃 선정, 모금, 전달 이 모든 걸 다 할 필요는 없다”며 “판만 깔아주면 된다. 예산도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오는 20일 포장한 해피박스를 주민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웃에 전달하는 일은 주민센터가 담당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교회가 직접 전달하는 것보단 그동안 계속 관계해온 주민센터가 전달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다만 전달하는 해피박스에 주민센터 이름과 함께 교회 이름을 적어 넣었다. 이 목사는 “십자가를 통해 보여주신 주님의 사랑이, 봄 내음 같은 그리스도의 향기가 이웃들에게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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