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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정상가족’ 판타지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지난 7일 행정안전부는 올해 3월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처음 감소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0.24% 더 줄었다. 여기서 유독 가구수가 눈길을 끌었다. 인구는 줄었지만 가구수는 늘어났는데, 그 원인은 한 가구를 이루는 가구원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인 가구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려 전체의 39.5%를 차지했다. 10집 중 4집이 1인 가구라니. 두 명이 사는 집까지 포함하면 1·2인 가구는 전체의 63.1%에 달했다.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19.6%에 그쳤다. 10집 중 2집도 안 된다는 얘기인데, 이는 사상 처음이라 했다.

1인 가구가 늘고 출산율 저하 등으로 4인 이상 가구는 줄어든다는 뉴스가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도 이번 뉴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갖고 있던 관념이 정면으로 깨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아래 내용을 봐보자. 1981년 태어난 여성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20대 중반 직장을 구했으며 20대 후반에는 결혼을 해 맞벌이 부부가 됐다. 30대 중반이 되기 전 딸·아들을 한 명씩 낳아 4인 가족이 됐고, 40대 초반인 현재 수도권에 집을 마련해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과 시어머니와 4인 이상 가구를 꾸려 살고 있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통계청이 조사하는 항목에 따라 정리한 내 삶의 궤적이다.

출생, 학력, 취업, 그리고 여성으로서 출산 여부, 가구 형태 등이 위 세네 줄에 모두 담긴 것인데, 적고 보니 낯설었다. 딱히 자랑스러워할 정도는 아니어도 ‘크게 이상한 구석 없이 잘 살고 있는 편’이라 생각해왔는데 그런 생각의 근거가 대한민국 표준, 이른바 ‘정상의 기준’ 내에 들어와 있다는 관념에 있었다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와서다. 현재 4인 이상 가족이 5집 중 1집 수준이라면, 혼자 사는 가구가 40%에 육박했다면 ‘엄마 아빠 아이 둘로 구성된 4인 가족’이 대한민국 표준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뉴스는 결국 ‘정상가족’이라는 내 관념이 허상임을 확인시켜준 뉴스였던 것이다.

돌아보면 당연히 4인 가족(엄마 아빠 나 남동생)이라 생각해 온 우리집부터가 사실 4인 가구였던 적이 많지 않았다. 초등학교 땐 친할머니와 외사촌 언니까지 함께 사는 독특한 6인 가구였고, 아빠가 일찍 세상을 떠나신 고교 시절엔 혼자가 된 엄마와 우리 남매 3인 가구가 됐다. 이후엔 외삼촌 가족이 함께 사는 6인 가구가 된 적도, 동생이 군대를 갔을 땐 엄마와 나만 남은 2인 가구가 된 적도 있었다. 그 중간에 1년은 나도 해외를 나가, 엄마 혼자 지냈던 1인 가구의 시절도 있다. 그럼에도 내 머릿속 우리집 이미지가 ‘평범한 4인 가족’에 고착돼 있었다니. 한 사람의 사례 속에서조차 ‘정상가족’의 개념이 얼마나 허망한 관념인지 확인된 순간이다.

더구나 ‘정상’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그와 다른 형태를 비정상으로 몰아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정자 기증을 받아 아들 젠을 낳은 사유리가 공중파 육아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가 됐다는 소식에 ‘비정상을 조장한다’며 반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것이 대표적 예다. 그가 정자 기증을 받았다는 점은 특별하지만, 혼자 혹은 둘이 사는 사람이 이미 60%를 넘는 시대에 엄마와 아들이 사는 집을 비정상이라 평하고 터부시하는 것은 과연 합당한가. 통계로 보자면 남편에 아이들에 시부모님까지 6명이 함께 사는 내 가족이야말로 전체의 1%도 되지 않는 비정상 아닌가. ‘정상가족’ 개념이 판타지라면 할 일은 명확하다. 이미 다양해진 삶의 형태들을 인정하고, 잘 공존하는 것. 그게 보통의 우리들 각자가 받아들여야 할 길일 테다.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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