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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근의 세금이야기] 상속·증여 稅폭탄 맞느니 공익 기부하겠다는 사람들


최근 들어 지인들이 자주 물어오는 질문 중 하나다. ‘한평생 고생고생해서 어렵게 모아 놓은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세금이 무서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데 무슨 좋은 해결책이 없을까’라는 질문이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뜻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최근 몇 년 동안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값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다 보니 세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하소연하는 것이다. 팔자니 양도소득세 문제가, 그냥 가지고 있자니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자녀에게 물려주려니 증여세가 가히 폭탄 수준이란다. 여기에다 취득세 부담도 예외가 아니란다. 그렇다고 본인이 죽은 뒤 상속으로 재산을 물려받도록 하려 해도 절반에 가까운 상속세 부담 때문에 부득이 상속재산을 팔아야 하는데 이 경우 매매차익이 생기면 또 다른 양도소득세 부담 문제가 생기니 가히 사면초가가 된 기분이란다.

부모 된 입장에서 평생 모아 놓은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만 이렇게 세금 부담이 급작스럽게 늘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차선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을 괴롭게 하는 것은 살아생전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데에 따른 증여세와 취득세 등을 자녀들이 부담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부모가 세금을 대신 내주게 되면 그 역시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미리 예견한 일부 뜻 있는 사람들은 세금 전문가와 상의해 부득이 제3의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다름 아닌 국가가 법으로 특정한 ‘지정기부금단체’에 기부하는 행위다. 이 경우 비록 세금 부담 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겠지만 부동산 소유권이 지정기부금단체로 넘어가 종국에 국고로 귀속되는 아쉬움이 있다. 그 대신 공익성 기부를 받은 지정기부금단체에서는 정부가 세금으로 추진해야 할 각종 공익사업을 보충해 추진하게 되는데 꼼꼼히 따져보면 가성비나 효율성 측면에서는 세금보다 가히 그 위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공익성 기부금이 국가가 일반 조세 수입으로 추진할 수 없는 공공재, 예를 들면 발달장애인을 위해 공동생활관을 건립해 준다든지 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특별장학금을 지원해 주는 등 각종 뜻깊은 분야에 쓰일 경우 오히려 세금보다 그 효능이 훨씬 크다. 이런 의미에서인지 몰라도 해가 갈수록 공익성 기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실례로 국세청에서 발표하고 있는 공익성 기부금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2조원가량에서 매년 그 규모가 늘어나 2019년에는 무려 14조원에 달해 그해 국세 전체 수입 대비 5%에 육박하는 상당한 수준이 됐다.

이렇게 특정 분야 공공재 지출로 쓰이는 공익성 기부금은 해가 갈수록 그 힘이 한층 발휘되고 있는데 모쪼록 바라기는 세금 폭탄이라는 두려움이 없는 공익성 기부가 더 늘기를 바랄 뿐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 필자가 겪은 충격적인 체험담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국세 공직자로 재직 중이던 2001년부터 무학자(無學者)셨던 부모님 가운데 이름을 따서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석성(石成)장학회’를 통해 초·중·고·대학생 중에서 특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해 지금까지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중순 어릴 때부터 필자와 함께 힘들게 동고동락해 온 죽마고우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지난 수십년간 열심히 사업해서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십여년 전에 경기도 고양시 대로변에 있는 시가 60억원 상당의 4층짜리 빌딩 한 채를 사서 지금껏 임대료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던 중 불치의 병으로 죽음 직전에 이르게 돼 재산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빌딩을 석성장학회에 기부하는 것이 좋은 듯하니 받아 달라는 사연이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고민고민 끝에 장학회에서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고귀한 기부를 수락하고 지난 2월부터 임차법인으로부터 매월 받고 있는 1200만원가량의 임대 수익금을 어떻게 사용할까 논의했다. 회의 끝에 기부자의 고귀한 뜻이 잘 이어져 갈 수 있도록 전국 초·중·고교생 가운데 특별히 선행을 실천하고 있는 청소년을 수십명씩 선발해 격려해 줌으로써 다른 청소년들에게까지 그 인성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청소년 인성 개발을 위한 특별장학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물론 이 역시 국가 세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분야인 것이다.

거듭된 이야기지만 기부자인 죽마고우는 현재 자기 생을 마감해야 할 극한상황에서 자녀들에게 그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주려면 절반에 가까운 상속세를 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부득이 재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고민 끝에 차라리 믿음이 가는 공익재단에 기부하면 세금 문제도 해결되고 무엇보다 선한 뜻을 제대로 되새겨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공익성 기부를 결단했다고 한다.

아무리 절친한 죽마고우지만 이 같은 통 큰 기부는 힘들었을 것이다. 여기에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기부자가 임대 계약이 종료되면 되돌려줘야 하는 임차법인 임대보증금 2억원마저도 별도로 장학회에 보내온 것이다. 정말 깨끗한 기부가 아닐 수 없다. 세금 폭탄이 겁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많은 분에게 다소간의 참고가 됐으면 한다. 지금도 그 친구의 애절한 고백이 귓전을 울린다. “친구야! 세금 폭탄 때문에 공익재단에 기부하고 싶다네.”

조용근 사외 논설위원·전 한국세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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